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시행했지만,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이를 벗어난 특정 업종 영업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일명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방역 강화 조치의 취지마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실내 취식이 금지되면서 점심시간 등에 커피를 마시려는 직장인들이 개인 카페로 몰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0시를 기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 프랜차이즈 카페 내 테이블 이용 및 음식 섭취를 제한했다. 다만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는 오후 9시 전까지 실내 취식이 가능하고, 그 이후부터는 배달·포장만 허용된다.
사람들이 평소 자주 찾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내에서의 음식 섭취를 금지해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인데,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소규모 개인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오히려 더 좁은 공간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직장인 이모(32)씨는 “똑같이 음료를 마시는 공간인데, 심지어 개인카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실내가 좁아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느냐”며 “프랜차이즈 카페는 막고 개인카페만 개방하는 방침에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씨는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은 프랜차이즈든 개인카페든 어차피 문이 열린 데가 있으면 찾아갈 것”이라며 “일관된 규제를 적용해야지,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방역 조치의 의미 자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개인카페에서 일하는 직원 A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이후 점심과 저녁시간에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더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실내 취식을 하려면 출입명부를 꼭 작성해야 하는데,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리는 게 싫어서 그냥 나가는 손님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이어 “거리두기 2.5단계 지침에 대해 개인카페 사장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다”며 “아침과 점심에는 실내 취식이 된다고 하는데, 오후 9시 이후부터는 또 배달·포장만 된다고 하니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개인카페 사장 B씨는 “2.5단계 시행 이후 찾아오는 손님과 배달·포장 주문이 증가하면서 수익도 눈에 띄게 늘었다”며 “원래 이번 한 주는 코로나19 확산도 예방할 겸 가게 문을 닫을 예정이었는데,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마음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개인카페의 경우 업주 의견에 따라 실내 취식을 못하게 하고 배달·포장만 하는 방식으로만 영업 중인 곳도 있다.
직원 A씨는 “개인카페는 규제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사장에 따라 안에서 음료를 마시게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배달과 포장만 하려는 사장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모(30)씨는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개인카페를 갔는데 의자랑 테이블을 다 치워놓는 등 실내 취식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아무리 개인카페는 실내 취식이 허용된다고 해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접 찾아가서 마시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 데 반해 소규모 개인카페는 여력이 없는 점을 정부가 반영한 것 같다”며 “(방침이) 방역 차원에서 고려됐다기 보다는 경제적 부분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규제를 시행하면 풍선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를 무조건 탓하기보다는 국민들이 먼저 2.5단계 조치의 취지를 기억하고 실천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렇게까지 거리두기가 잘 안 지켜지게 되면 결국 개인카페들까지 다 문을 닫게 되고 경제적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이 스스로 협조하지 않으면 현재 단계는 하염없이 길어질 것”이라며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성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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