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나눈 두 여자의 이야기가 가부장제가 극복되어 가는 과도기 한국사회의 가족 안에서 여성의 존재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2016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데뷔한 신인작가 이주혜의 첫 장편소설 ‘자두’는 가부장제, 돌봄노동, 여성에 대한 목소리를 낸다.
‘염천’이라 불릴 만한 무더운 여름에 시아버지의 병간호를 맡게 된 주인공 ‘나’와 남편 세진, 섬망을 앓게 되는 시아버지 안병일, 그리고 여성 간병인 황영옥의 이야기가 긴장감 높게 펼쳐진다.
붉고 둥근 피자두를 탐냈던 안병일의 일화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가부장제와 나와 황영옥 사이에 생겨나는 말 없는 깊은 유대감이 부딪히고 어우러지며 더운 여름 배경의 소설에 날카로운 서늘함을 부여한다.
이 소설에서 압권으로 꼽을 만한, 나와 황영옥이 말없이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소설의 도입에서 소개된 ‘리치와 비숍의 일화’와 겹쳐지며 더 크고 많은 이야기로 증폭된다. 아직도 여성의 희생이나 가부장제에 순응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두 여성이 나누는 연대와 애정은 저자가 말하고픈 새로운 가능성일 것이다.
이 작품은 가부장제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가부장제가 극복되어가는 과도기에 겪을 수 있는 혼란과 갈등을 날카롭게 파헤치면서 입체적인 인물들을 통해 개인이 품는 욕망과 환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156쪽, 창비,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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