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군위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집『고욤나무』상록마녀, 상록객잔, 디지북스 작은시집 선택을 냈고 2012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하였다. 2017년 12월 ＜우리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1
목욕바구니를 보검처럼 옆구리에 차고 상록객잔 문을 밀고 여전사들이 들어온다 찜질에 지진 볼은 발그레하다 객잔의 공기가 웃음소리에 술렁거린다 불판 위에서 열 받은 돼지껍데기가 튀어 올라 이마에 부딪친다
피부에 좋다지만 정력에 더 좋아 우리 집 사내가 껍데기 먹는 날은 내가 몇 번 죽었다 사는 날이라니까
순간 들썩거리던 지글거림이 드세어지고 여자들은 바쁘게 껍데기를 씹는다 그녀들의 주변에는 오로라의 조명이 은은히 퍼진다
2
상록객잔에 무림의 고수가 왔지
푸렉*의 복장으로 붉은 갑각류의 쌍칼을 메고 왔지
취권으로 비틀거리는 발로 쾅쾅 마법을 전파하였지
용암천 외다리를 건너는 나귀의 두 다리처럼 내 다리는 후들거렸고
눈알이 뱅글거렸지 쌍칼 끝에선 불꽃이 튀었지
3
양파 속의 질서처럼 가지런한 껍데기들의 계층인가
고수의 곡주 잔엔 무지개가 둥글게 떠 있었지
졸개는 결코 껍데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했지
4
날카로운 손톱으로 창자의 배알을 끄집어내야겠어
기름지고 고소한 살코기를 익혀야겠지만 얕고 진부하니
언젠간 껍데기의 피비린내를 맛보여야겠어
외줄 위의 칼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의욕에 찬 배를 뽐내야겠어
*푸렉 : 푸우와 슈렉의 합성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