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우리나라의 제조업 생산성이 둔화한 데에는 수출 증가율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 한국은행의 BOK 경제연구에 게재된 ‘제조업의 수출과 생산성간 관계 분석’ 보고서(박진호 한은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김원혁 서강대 혁신과경쟁 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작성)’에 따르면 수출 감소시 생산성 하락 효과가 수출 증대시 생산성 증대 효과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팀이 2000~2017년 통계청의 광업제조업조사 자료(사업체 단위)를 토대로 수출과 생산성간 상관관계를 실증 분석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00~2009년중 연평균 1.5%에서 2010~2017년중 연평균 0.2%로 크게 둔화했다. 같은기간 수출 증가율은 10.6%에서 6.5%로 하락했다. 연구팀은 “제조업 부문에서 수출과 생산성간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는데, 동반 증가보다 동반 감소하는 효과가 더 밀접한 연관을 가졌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시 생산성 증대 효과가 적게 나타난 것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고품질 제품 위주의 대(對) 선진국 비중은 축소된 반면 대 신흥국 비중이 늘어나면서 ‘학습효과’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법인 사업체와 생산성이 높은 집단에서 수출 증가율 하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노동, 자본 등의 요소투입 조정이 어려운 업종에서 수출 증가율이 하락할 때 생산성 둔화 정도가 더 컸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 자본 요소투입이 비탄력적인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제조업 전반에서 이러한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출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제조업 생산성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수출 증가가 단기적인 생산성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결과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출 수요가 증가해도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성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부단한 투자, 연구 개발을 통한 기술 혁신없이 단순히 수출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생산성 증대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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