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위축으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한다는 명목 아래 통신비 월 2만원을 일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곳곳에서는 냉담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접적인 생계 위협을 받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대책을 내놔야 할 시기에 불필요하게 세금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다.
1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만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월 2만원의 통신비를 일괄 지원하는 방안을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액수가 크지는 않더라도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서 통신비를 지원해드리는 것이 다소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같은 생각이다. 국민의 비대면 활동이 급증한 만큼 통신비는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지원해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통신비 지원 문제를 검토한 뒤 이날 비상경제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지원 혜택의 대상자인 국민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차갑다. 어차피 통신비 2만원을 받아도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그런 돈을 아껴서 자영업자들에게 더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직장인 신모(32)씨는 “국민들에게 통신비 2만원을 주려면 그만큼 나중에 세금을 더 걷어야 할텐데, 나중에 얼마나 더 뺏어가려고 이런 정책을 내놓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국민이 거지도 아니고, 경제적 타격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이같은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네티즌은 “통신비 2만원을 준다고 국민들이 ‘참 좋은 정부’라고 생각을 하겠느냐, 아니면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라고 생각하겠느냐”며 “왜 이렇게 헛발질을 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안 주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국민들이 2만원이 없어서 손가락을 빨고 있는 줄 아느냐”며 “코로나19로 누구보다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실제 코로나19 급속 확산으로 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PC방과 노래방 등은 생계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PC방 업주들은 매장 내에서 판매하던 음식들을 배달하거나, 컴퓨터 본체 및 게임 전용 모니터 등을 집까지 배달·설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정부가 전국 PC방에 휴업보상비 명목으로 약 100만원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PC방 업계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이에 반발하고 있다.
PC방 업계는 전날 성명을 통해 “정부의 추경안에는 전국 PC방에 ‘휴업보상비’로 100만원씩 현금 지급 및 방역물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휴업보상금에 대한 재검토 없이 이대로 결정된다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비활동이 위축되고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끊어지니까 정부는 쓰러지려고 하는 사람들의 손을 잠시 잡아주겠다는 건데, 그래봤자 어차피 일회성 정책 아니냐”며 “잠깐 손을 잡아줘도 수입이 계속 끊기면 어차피 다시 쓰러질 수밖에 없으니까, 자영업자들도 어려운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을 강조했던 1차 재난지원금 때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처방을 해줘야 하는데, 정부가 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정책을 갖고 자꾸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며 “그러니까 정부가 2만원씩 준다고 해도 사람들이 조롱하는 것 아니냐. 왜 소득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1년에 1억원 이상 버는 사람들한테까지 통신비를 지원해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계속되는 국민들의 불평·불만을 정부가 급하게 수습하려다 보니 이런 우스꽝스러운 대책이 나오는 것”이라며 “정책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을 뒤늦게 알았으면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하면 되는데, 정당화시키려고 억지를 부리다 보니 계속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성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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