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950년 6.25 전쟁 참여로 적대관계에 있었던 한·중은 1970년부터는 삼각무역 등 제 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교류를 해왔다. 1983년 5월 중국 민항기가 공중 피랍돼 춘천에 불시착하는 사건을 계기로 양국은 비정치적인 영역에서 교류를 시작했다.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 1988년 서울올림픽, 1990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 대규모 선수단 파견으로 양국관계는 외국수립 직전까지 발전했다. 1990년 영사 기능의 일부를 수행하는 무역대표부를 설치했다.

[사진설명]박정일 한양대 컴퓨터S/W 겸임교수
[사진설명]박정일 한양대 컴퓨터S/W 겸임교수

마침내 1992년 8월 24일 북경에서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중화인민공화국 승인, 한반도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원칙 등을 골자로 한·중 외교 관계수립에 대한 공동성명을 교환했다. 한·중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 한 것이다.

한·중 관계는 1992년 국교수립 이후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경제교류를 보면 1992년 64억  달러에서 2019년 2434억 달러 규모로 38배나 증가했다. 그 결과 2004년 이후 중국은 최대 통상국이 됐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5.8%로 홍콩까지 합치면 33%다.

수교 이후 한·중 관계는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경제관계는 물론 사회·인적교류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류 열풍이 불었다. 지난 해 주중 기준으로 항공기 운항 편이 2000여 편으로 민간 교류가 활발했다. 정치 교류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만 군사·안보 관계는 북·중 동맹과 한·미 동맹이라는 외적 요인으로 발전이 매우 늦었다.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중국은 북한과의 혈맹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경제적 파트너로 선택했고, 한국은 중국을 수출의 전지기지로 삼아 경제성장을 했다. 28년간 맺어온 한·중 관계는  상호 경제 이익을 취했다. 하지만 외교·안보 문제에서는 껄끄러운 상대였다.

지난 달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중 코로나19 대응협력, 고위급 교류, 한·중 관심 현안, 한반도 문제와 국제정세, FTA(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 가속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연내 서명,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일대일로의 연계 협력 시범사업 발굴,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거, 다자 분야 협력 등 전반적인 한·중 현안을 논의했다.

그렇다면 향후 바람직한 한·중 관계의 견실한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될까. 첫째, ‘삼각구도 정책’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남·북한이 한반도 문제해결에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중의 협력과 지지를 최대화시키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경우에만 대 중국 관여, 위험분산, 동아시아 다자주의 삼각구도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다.

둘째, 코로나19로 인해 북핵문제 해결이 더욱 난망해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 미·중 다툼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양국이 모두 북핵문제 해결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위해 북핵문제가 필요하고, 중국은 북핵을 한국에서 미군 철수를 이끌어 낼 강력한 카드로 사용하고자 한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한반도에서 약화되는 미국의 영향력을 대신하고자 한다. 남·북한 양측의 안정적 역할을 강화하면서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추진할 것이다.

셋째, 양국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은밀하게 대응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성주 사드부지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한·중 관계가 또 다시 불협화음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중거리핵전략조약(INF) 배치 요구에 중국이 반발할 수 있다. 미국의 ‘쿼드플러스’ 반중연대 참여 압박 시 한국은 딜레마에 처한다. 만약 거절하면 미국 주도의 세계무역, 국제통화체계, IT 산업 생태계로부터 소외되고 세계경제로부터 고립된다. 반대로 참여할 경우 중국의 경제보복이 예상된다. 양국 중 한 국가를 선택하면 다른 국가로부터 오는 보복은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미국과는 군사동맹 67년, 안보와 경제적 이익, 가치와 보편이념을 공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와 국익을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계속 진화돼야 한다.

넷째, 미·중에 균형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중국의 일대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에 대해 실리적인 균형외교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일대일로 접점을 찾아 양국 기업이 제3국 공동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일대일로에 직접참여는 신중해야 한다. 미국의 참여 압박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을 훼손하지 않고, 한·중 간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RCEP)가 아세안 중심이라는 기본입장을 밝혀야 한다.

다섯째, 중국의 포스트 코로나 경제회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에서 손을 내민 한국의 우호와 협력의 자세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신뢰를 증진시켰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중국판 뉴딜 프로젝트에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를 연계해야 한다.

여섯째, 우리는 현재 벌어지는 있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다양하고 유연한 대외전략 구사, 주변국들과의 선린 우호관계 구축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각 상황별로서 미국의 패권 지속 시 대미 편승전략과 대중 관여전략을 유지하고, 중국의 동북아 패권 쟁취 시에는 대중 편승전략과 균형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미·중 공동통치 및 세력분할 합의 시에는 대·미, 대·중 편승전략을, 미·중·일·러 세력균형 시에는가교전략 기반 하에 자체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북아 공동체 형성 시에는 가교·초월·특화전략을 펼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중 경쟁으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미·중 갈등 심화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강대국 간 세력 경쟁을완화할 수 있는 협력적 지역질서 구축과 전략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은 미·중 갈등과경쟁보다는 공존의 가지를 공유하며 더 나은 국제사회의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할 필요가있다고 주장해야 한다.

박정일 한양대 컴퓨터S/W 겸임교수

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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