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의 몸과 운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한 콘텐츠도 많아졌다. 이들 콘텐츠 대부분은 여성을 운동 입문자로 상정하고 운동장의 경계석을 넘어 들어가는 법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 책은 여성 농구인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수많은 태클이 들어오는 운동장에서 즐겁게 농구할 수 있는지 반문한다. 
시인, 문학 연구자이자 아마추어 농구인인 저자 허주영은 동료들과 함께 이룬 농구 공동체를 포기하지 않으려 좌충우돌한 경험과 생각을 통해 그 답을 제시한다. 
저자가 농구하는 여자라는 꼬리표를 불편해 하는 것은 그 꼬리표 자체에 농구와 여성의 조합을 유별난 것으로 여기는 시선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농구를 하다 보면 농구 하는 여자들이 실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없는 취급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농구 하는 남자’를 기준으로 정체성을 증명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저자는 “농구를 잘하는 여자들, 언제나 농구를 잘해온 여자들”의 실력에 늘 감탄하며 이들을 “‘남자만큼’, ‘남자보다’가 아닌 더 다양한 언어로 소개”하고 싶어한다.
헬스장에서 광배근이 어떠니 승모근이 어떠니 묻지도 않은 훈수를 두며 운동을 방해하는 남자를 한마디로 보내버린 에피소드, 여자끼리 있는데도 서로 남자 같다거나 여자 같다고 놀리는 농구 동호회 뒤풀이 에피소드 등 이 책 곳곳에서 저자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이 웃음을 준다,  180쪽, 이음,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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