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지난 15일 하루만에 3400억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지난달 보다도 빠른 속도로 신용대출 잔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급증하는 신용대출을 조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자 서둘러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날 대비 344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4조704억원)을 기록했던 지난달 하루 평균 증가액 대비 약 2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출 신청이 간편한 비대면 대출 위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신용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데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신용대출 조이기를 주문한 것도 불을 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은 은행권 신용대출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은행별로 신용대출 관리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지난 14일 주요 시중은행 부행장들에게는 신용대출 한도가 너무 높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와 한도는 지금보다 나빠질 전망이다. 5대 시중은행들은 현재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추후 은행권은 우대금리 적용 폭과 수준을 하향 조정해 신용대출 금리 수준을 지금보다 올리고,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을 포함한 특수직 등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특수직 등은 은행에서 많게는 연 소득의 200%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 구입을 위한 수요, 생활자금 수요, 공모주 청약자금 마련을 위한 수요 등이 맞물리며 신용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며 “이와 함께 최근 들어 신용대출 옥죄기 신호가 나오자 그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두자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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