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군위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집『고욤나무』상록마녀, 상록객잔, 디지북스 작은시집 선택을 냈고 2012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하였다. 2017년 12월 ＜우리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객잔의 지붕 위에 앉아 흡연자의 정강이뼈로 만든 피리를 불며
금연령이 선포된 구역을 내려다본다
무사들은 산과 들에서 깨어나 모여들고
시절의 이빨은 묘연하다 금연이 지엄한 국법이 되었으나
무모한 허파들은 여전히 니코틴을 놓지 않는구나
흑가면의 철퇴들이 근엄한 회오리바람을 몰고 와
목구멍에서 전신으로 퍼져가는 나른한 즐거움을
오금 저리게 할 터인즉
온몸에 뾰족한 가시가 돋는다 해도
금연이란 벽보 딱지를 업신여기지 말지어다
지구에 터를 잡고 무사도의 날을 간 지 어언 수십 년
시정잡배들과 협객들을 거스르며
소소리 바람의 한기를 견뎠지
불구덩이를 무두질하던 손끝도 날렵해지고
언제나 짓눌러대던 바윗덩이를 조각내느라 눈물도 말랐지
눈속임으로 빡빡 빨아대는 비양심의 털을
포정해우庖解牛丁의 칼날로 도려 내 주마
너의 몸에 잠자는 온갖 아첨과 비굴이 정의로워지도록
네 정강이뼈에 구멍을 내주마
상록객잔은 취권을 연마하는 무도장
소인무사들이 뿜어대는 매연으로
상록무사들의 허파에 바람이 들어서야
온몸이 오그라지는 금단현상으로 네 혀가 갈라지더라도
금연 구역에서는 금연을 명심하라
객잔의 지붕 위에서 사막의 모래바람이 나의 치맛자락을 찢는다
세상 밖은 유성이 꽃으로 휘장을 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