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4시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타계했다. 향년 78세.
생전에 이 회장은 기업가로서 경기도와 남다른 인연을 맺어왔다. 삼성전자가 수원에서 시작했으며 이후 용인과 화성, 평택으로 반도체공장을 증설했다. 이 회장은 경기남부권 도시가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의 한 축을 책임지는 지위로 올라서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없었다면 지역 발전도 더디게 이뤄졌을 것이다. 그가 이끌던 삼성이 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경기남부권 지역 경제와 산업도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는 전환기를 맞이했다. 그러기에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은 삼성 사업장이 들어서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안타까움을 전해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 타계 소식’ 지역 상인들도 아쉬움
25일 낮 12시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디지털시티 수원사업장 정문 앞.  이날 오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가운데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이곳 수원사업장 앞에는 주말이어서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인적 없어 한산해 보였다.
일부 오고가는 차량이 눈에 띄었지만 평일 점심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수가 적었다. 정문을 통해본 내부 모습 역시 통행하는 차량이나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게이트 직원은 “별세 소식은 접했다. 따로 더 출근하거나 하는 인원은 없었다. 직원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평소 주말과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 직원들이 점심이나 저녁 회식을 위해 자주 찾는 ‘매탄4지구 중심상가’ 상인들은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안타까워 했다. 이 중심상가는 수원사업장 정문이 있는 영통구청사거리에서 5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아 삼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즐겨찾는 상가골목이다.
20년 가까이 이곳 중심상가에서 고깃집을 운영한 A대표는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삼성을 보고 들어왔다. 그동안 덕을 많이 봤다.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들으니 슬프고 안타깝고 하다”며 “개인적으로 나 역시 삼성에서 근무하고 남편도 삼성 직원이어서 인연이 깊다”고 말했다.
다른 식당을 운영하는 B대표는 “코로나 이전에는 식사나 저녁자리에 삼성 식구들이 꽤 찾아왔다”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소식은 지금 들었는데 아무래도 걱정되는 건 직원 외출이나 회식 자제가 더욱 이어져 매출에 타격이 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의 모태가 된 수원시
이날 오전 4시께 ‘우리나라 재계의 큰 별’로 불렸던 이건희 삼성회장이 타계하자 삼성전자와 반도체공장이 들어서 있는 지역 주민과 상인들도 애도와 안타까움의 마음을 표했다.
과거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지역에 대규모 사업장 신설로 인해 지역 경제와 산업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던 이 회장이 아쉽게도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경기지역 경제와 산업 전반에 미친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삼성전자와 반도체공장은 경기남부권 경제와 산업을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돼서 지역 부흥을 이끌었다.
이 회장은 1987년 12월 삼성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후 반도체 사업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글로벌 무대에선 다소 뒤처지던 삼성전자를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냈다.
삼성 이전과 그 이후의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삼성이 들어오면서 따라오는 지역 상권 부활 및 배후도시 개발 등 부수적 효과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바로 첫 수혜지가 수원이다. 삼성전자는 1969년 수원에 라디오와 TV 생산라인을 세우면서부터 그 출발을 시작했다. 설립 당시 인력이 36명에 불과했지만 창립 51년 사이 900배 이상 성장해 2018년 기준 총 면적이 172만㎡(52만 평)으로, 축구장 250개를 모아놓은 면적과도 같다.
1960년대 말 전자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수원에 대지 12만2000㎡(3만7000여 평) 규모의 사업장을 마련했다. 당초 삼성은 삼성전자 최초의 공장부지는 부산과 수원, 울주, 양산지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이 중 서울과의 이동에 편리한 지리적 이점이 있으면서 물류 확보가 용이한 수원에 1968년 45만평 부지를 확보하고 다음해인 1969년 1월 13일 설립등기를 마쳤다.
    
◇ 경기남부권으로 반도체 공장 증설
1974년 부천에서 시작한 삼성전자의 국내 반도체 사업장은 기흥과 화성, 평택, 온양·천안 등으로 규모를 넓혀가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현재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생산라인을 갖춘 세계적 위상의 사업장이자 5만여 명 임직원의 터전으로 발돋움했다.
삼성전자는 일하기 좋은 일터를 위해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며 2010년 4월부터 반도체사업장을 ‘삼성 나노시티(Samsung Nano City)’로, 지역별 사업장은 캠퍼스로 명명했다. 이를 통해 공간의 변화를 비롯해 비즈니스 캐주얼, 원격 근무제, 자율출퇴근제 등 자율적 기업문화를 조성해나갔다.
삼성전자 나노시티 기흥캠퍼스는 1983년 용인시 기흥구 농서동 부지에 세워져 처음 가동됐다. 1984년에는 1라인이 세워졌고, 1988년에는 세계 최초 복층 구조로 4라인과 5라인을 건설했으며, 2005년에는 시스템LSI(고밀도집적회로) 전용 300mm 웨이퍼 라인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기흥은 깨끗한 공기, 풍부한 산업 용수, 소음과 진동이 없는 환경 등 반도체 라인을 운영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당 부지를 확보했고, 1983년 기공식을 열며 본격적으로 사업장을 건설해 1984년 3월 라인 건설을 완료했다. 1984년 5월 준공식을 시작으로 이곳에서 본격적인 고집적반도체(VLSI) 양산이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이 구조조정 중이던 때, 300mm(12인치) 웨이퍼 선행 투자를 결정했다. 
그 일환으로 1999년 7월, 화성에 두 번째 반도체 생산기지 건설에 착수했고, 2001년 10월에는 화성 11라인을 가동했다.
화성 11라인에서는 2002년 2월부터 업계 최초로 300mm 웨이퍼 양산을 시작했다. 300mm 라인은 기존 200mm 보다 생산량이 2.5배 늘어나 제품 원가를 대폭 낮추는 데 기여했다. 이는 탄탄한 생산 라인을 기반으로 생산량을 늘려 2000년대에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2위까지 올라서는 비약적인 성장의 발판이 됐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서 최첨단 제품인 3D V낸드를 생산하며 급증하고 있던 플래시메모리 수요에 적극 대응했습니다. 또한 2018년 7월에는 5세대 V낸드를 양산을 시작하며 초격차를 가속화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과 솔루션을 선보이며 메모리 1위 기업의 위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황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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