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은 우리 기업들을 접할 때다.
세계 어디를 가나 공항에서부터, 길거리, 호텔까지 삼성을 만나지 않기가 힘들 정도다. 반도체, 스마트 폰은 물론이고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마저 글로벌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국민을 먹여 살리는 일은 기업이 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끈 삼성은 ‘IT강국’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스마트 폰 위상은 이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도체 코리아’와 ‘애니콜 신화’로 IT 시대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으며 AI 시대 산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한국경제는 저성장 기조에 코로나19 타격으로 일자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자리 정부의 대대적인 일자리 대책에도 고용사정이 좀처럼 나이지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코로나19 고용충격 양상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없어진 일자리는 4월에 108만개, 9월에 83만개로 추정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피해가 점차 늘어, 지역서비스업 일자리 타격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재원으로 마련하는 60대 이상 공공 일자리를 제외하면 전 연령층에서 취업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정부가 4차 추경까지 동원해 일자리 대책에 나섰지만 일자리 성적은 사상 최악으로 일자리 대란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삼성은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었을까. 일자리 정부는 이회장에게 무엇을 배울까. 첫째, 성과를 내는 리더쉽이 필요하다. 이회장이 취임한 1987년 10조원이었던 삼성그룹 매출이 2018년에는 398조원을 넘었다.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400배 가까이 커졌다. 1969년 종업원 36명이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임직원 수가 10만 5000명이다. 현재 삼성그룹 임직원 수는 42만 명으로 협력사까지 백만 명을 훨씬 상회할 것이다. 일자리 정부는 4년간 일자리 예산 126조 8000억 원을 집행했는데 일자리 성과는 나왔을까

둘째,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 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이회장이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에서 한말이다. 양적에서 품질위주로 변신해야 초일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주문이다. 일자리는 양(量)이 아니라 질(質)이다. 재정 지원이 중지되면 바로 사라지는 ’티슈형 공공일자리’는 일자리 수 통계만을 위한 가짜 일자리다.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즉, 세금을 내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신기술과 신산업에 의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셋째, 한 방향으로 목표를 세워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이회장은 질 위주 경영인 국제화·복합화·정보화 추진에 총력을 기울였다. 26년 전 “우리의 목표는 초일류이며, 방향은 하나로 눈은 세계로 그리고 꿈은 미래에 두고 힘차게 나아가자고 선언”했고 행동으로 옮겨 그 약속을 지켰다. 일자리 정부는 범정부 AI 국가전략에서 ’IT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제조업 르네상스 선포식에서는 제조업 부흥으로 ‘세계 4대 제조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을 세우더라도 이를 실행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추진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점검해야 한다. AI 시대 방향은 AI 산업에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2007년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고, 한국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다”고 던진 메시지는 한국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우리의 시야는 글로벌 AI 시장 선점으로 향해야하고 꿈은 2030년 AI 강국으로의 도약이여야 한다. 실행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넷째, 인재육성과 시대를 앞선 인사제도를 배워야 한다. 삼성 인재경영의 핵심은 공정한 인사다. 연공서열이나 차별조항 등을 철폐해 시대 변화에 맞는 인사 시스템을 운영했다.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삼성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능력주의 인사를 단행했다. “삼고초려를 오고초려로 고쳐서라도 우수인재를 구하라”고 강조했다. 고졸 및 현장사원, 여성인력 육성을 위해 사내대학을 설립했다. “200~300년 전에는 10~20만 명이 군주·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에는 타고난 한 명의 천재기 20만 명의 동료를 먹여 살린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삼성은 인재에 집중 투자했기에 가능했다. 삼성출신들이 한국경제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면서 ‘인재사관학교’역할을 했다. 기회는 균등하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가 돼야 인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섯째, 한국경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회장은 “5년 후,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삼성의 미래는 신사업, 신제품, 신기술에 달려있다. 기업문화를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제조업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으며 AI 시대 중국은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위주에서 AI와 디지털 산업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2030년을 목표로 AI 산업에 집중 투자만이 한국경제가 살길이다.
 
여섯째,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제2의 이회장이 나와야 한다. 재벌 창업 1세대인 정주영, 이병철 회장은 산업화 토대를 다졌다. 이회장은 선대 창업자들의 업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산업화 시대에서 IT 시대로 전환을 이끌었다. 이제는 AI 시대에 맞는 훌륭한 기업가들이 AI 시대의 일자리 창출 책무를 이어받아야 한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이 착한 기업이다. 삼성 같은 기업이 10개 정도 나와야 한국경제가 일본을 넘어 세계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이회장은 1988년 ‘제2창업’, 1993년 ‘신경영’, 2003년 ‘천재경영론’, 2010년 ‘위기론’, 2012년 ‘창조경영’에 이르기까지 단 한순간도 변화와 혁신을 멈추지 않았고 인간중심·기술중시·자율경영·사회공헌을 경영의 축으로 삼았다. 현장을 강조하며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는 경영계의 귀감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일부에선 이회장이 드리운 재벌중심 경영구조와 무노조 경영을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이란 변방에서 세계 1등을 현실화해 보여준 것,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으로 흠결을 덮을 만하다. 이제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생각 좀 하며상을 보자”며 삼성을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일궈내신 이건희 회장의 영면(永眠)을 기원한다.
박정일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컴퓨터SW학부.공인중개사

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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