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생 감독의 재기발랄한 유머 코드가 보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첫 스크린 데뷔에 나선 그룹 ‘에프엑스’ 출신 크리스탈(정수정)은 당당한 임산부로 변신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는 모습이다. 영화 ‘애비규환’(감독 최하나)의 이야기다.
영화는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코믹 드라마다. 소동극이 연상되는 팝콘 무비로 골치 아픈 가족사를 경쾌한 코미디로 풀어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한다.
스물 두 살 대학생인 주인공 토일(정수정)은 고등학생 호훈(신재휘)과의 사랑으로 임신을 한다. 엄마는 “넌 대체 누굴 닮아 그 모양이냐”고 호통 치지만 ‘출산 후 5개년 계획’을 세울 만큼 위풍당당함이 느껴진다.
“어떻게든 해내겠어”라는 생각으로 임신과 결혼을 결정하고, 누구에게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낸다.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요즘 애들’ 같은 캐릭터다.
토일은 “누굴 닮았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며 친아빠를 찾아 나서고 기대와 다른 모습에 실망한다. 착잡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예비 아빠 ‘호훈’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이야기는 아빠 찾기로 시작해 가족 만들기로 마무리되는 단순한 구조지만 완성도는 수준급이다. 엄마의 이혼이라는 소재를 성장 배경에 결핍을 느끼는 토일의 이야기로 확장해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이혼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맞서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묻는 메시지도 뚜렷하다.
토일은 친아빠를 찾으러 떠났던 여정을 통해 엄마가 왜 이혼과 재혼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애비규환’ 속 ‘선명’은 “이혼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불행해서 이혼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영화는 저마다의 이유로 어떤 선택을 내리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귀여운 농담으로 힘찬 격려를 보낸다.
무엇보다 센스 있는 유머가 돋보인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능청스러운 대사들과 아이러니한 의외성을 부각해 편안한 웃음을 자아낸다.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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