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아트벙커B39(‘B39’)는 벙커 특별 전시 <대화의 풍경: 우리는 가끔씩 휘어지던 말을 했다>를 11월 7일부터 상설로 개최한다. 작품은 과거 쓰레기 저장조였던 39m 높이의 벙커에 전시되는 양정욱 작가의 설치 작품으로,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 속의 공간적 배경과 잘 어울리는 오브제를 만날 수 있다.

양정욱 작가는 소소하게 경험한 일상의 행위들을 글로 기록을 남기고, 이를 묘사하고 함축하여 시각적으로 연출한다. 작가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작가 스스로가 어떤 상황과 문제를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위함이며, 앞서 언급한 日常(일상)은 글자 그대로의 ‘날마다’, ‘늘, 항상’이라는 뜻을 가진 것처럼 평범한 것 같지만, 작가에게는 매일매일이 시시각각 다르게 다가온다.

그에게 일상이란 한 번도 평범한 적이 없었으며, 평범함이라는 단어는 아마도 멈추어진 사물들에 가까운 말인 것 같다고 전하며,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든 상황들은 언제나 예술적인 것들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이번 B39 벙커 특별 전시에서 선보이는 <대화의 풍경: 우리는 가끔씩 휘어지던 말을 했다>는 ‘대화의 풍경 시리즈’의 첫 번째 작업으로 평생의 동반자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시작된 스토리이다. 인류학자 게리 채프먼 (Gary D. Chapman)은 ‘결혼이란 상대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작가도 대화 속에서 서로가 닮아가고 하나의 모습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나 점차 본인 자신이 되어가고 각자 더욱 선명해지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렇게 서로가 아름답게 익어가는 모습이 작가에게는 즐거운 시간이며, 이런 순간들의 기록을 대화의 풍경 시리즈에 담았다.

작품은 벙커의 호이스트에 매달려있는 두 개의 거대한 오브제를 통해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나무, 실, 모터, 조명, 사운드, 다양한 오브제(작가가 만든 새, 호랑이, 사자 모형, 인공 돌, 스티로폼 등)를 사용하여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서로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표현했다. 작품에 사용된 재료의 조각들과 작가의 작업과정, 마음의 소리가 담긴 짧은 문구와 시 등을 현재 벙커 브릿지에 놓인 전시 진열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공중에 떠있는 범선을 연상케 하는 정적이고 평온한 느낌을 선사하는 작품 <대화의 풍경: 우리는 가끔씩 휘어지던 말을 했다>를 감상하며 B39의 상징과도 같은 ‘벙커’의 웅장함과 공간이 주는 기분 좋은 압도감을 느끼기를 바란다.

부천=정석철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