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에는 모든 가구가 지출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처분 가능 소득은 늘어났지만,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외부 활동을 줄이면서 지갑을 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19일 내놓은 ‘2020년 3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3분기 모든 가구의 가계 지출액은 398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408만1000원 대비 2.2% 감소했다. 소비 지출(294만5000원·-1.4%) 대비 비소비 지출(104만4000원·-4.6%)의 감소폭이 더 컸다.
가계 지출 감소 현상은 소득 분위별 가구 전체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3분기 1분위 가계 지출액은 188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2분위는 284만2000원으로 8.2%, 3분위는 370만5000원으로 1.3%, 4분위는 458만9000원으로 0.5%, 5분위는 692만6000원으로 0.9% 감소했다.
소비 지출액은 1분위 -0.4%, 2분위 7.4%, 3분위 1.1%, 5분위 1.0% 감소했다. 4분위는 1.6% 증가했다. 비소비 지출액은 1분위 17.9%, 2분위 11.1%, 3분위 2.3%, 4분위 6.0% 감소했다. 5분위는 0.9% 증가했다.
소비 지출 분야별 구성비를 보면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를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1분위는 오락·문화(-20.9%) 소비 지출액을, 2·3분위는 교통(-39.7%·-32.0%)을, 4·5분위는 오락·문화(-26. 7%·-37.1%)를 가장 많이 줄였다. ‘집콕’할 때 지출이 가장 먼저 줄어드는 분야다. 이 밖에 교육(-6.5~-23.6%)과 의류·신발(-9.7%~-21.5%)의 감소폭도 컸다.
반대로 식료품·비주류 음료는 1분위(16.1%), 2분위(18.0%), 3분위(18.3%), 4분위(18.1%), 5분위(21.7%), 가정용품·가사 서비스는 19.0%, -2.4%, 17.5%, 30.8%, 24.2% 등 대부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식료품을 사다가 직접 요리해 먹는 일이 잦아지고,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구매해 쓴 가정용품이 늘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분기에는 가처분 소득이 늘어났는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이 기간 소득액에서 비소비 지출액을 빼 구하는 ‘처분 가능 소득액’은 전체 가구 기준 426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412만8000원 대비 3.2% 증가했다.
분위별로 봐도 1분위 134만6000원(3.5%), 2분위 279만9000원(0.9%), 3분위 384만2000원(0.7%), 4분위 517만8000원(5.1%), 5분위 813만7000원(4.0%)으로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8월 이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수준이 2.5단계로 높아졌고, 장마 기간도 길어지면서 집콕 문화가 확산해 가처분 소득이 늘었는데도 소비를 줄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약발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3분기에도 아동특별돌봄지원금 등 선별적인 지원금은 작지 않은 규모로 지급됐다”면서 “긴급재난지원금 여파가 끝난 것보다는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이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가계의 씀씀이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는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소비 지출액을 처분 가능 소득액으로 나눠 구하는 ‘평균 소비 성향’은 69.1로 전년 동기 대비 -3.2포인트(p) 낮았다. 전 분기(-2.5p)에 이어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이 통계는 농·어가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일반 가구 중 매월 7200여 가구를 뽑아 조사해 작성한다. 집단 가구, 음식·숙박 겸용 주택 가구, 비혈연 가구, 외국인 가구 등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최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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