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과 바람과 달빛을 베어 놓고
붉은 향기 내뿜으며 전신으로 울던 단향보검
불 구덕 속에 내던져진 채
제 한 몸 벼리며 생이 찌그러져 간다
얼음 폭포 속에서 일어서려 바동거려도 봤다
영웅이라 뻐기던 자들의 허풍과 주접을 베던 신공도
재처럼 퇴색하고
쭈그렁 웃음이나 팔며 호객하는 남루가 되었구나
녹 쓸고 날 빠진 무쇠여
날 서고 번쩍이던 시절이여
생활고의 무딘 식칼이 되어
비실비실 살코기나 써는 붉을 단 향기 향의 보검이
사철 충혈 된 눈빛에 잠기는
이빨 빠진 검이 되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