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가덕도 프레임’에 말려들어 당 차원의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여권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끌려다니는 가운데 당 일각에선 무조건 반대하는 대신 타당성을 검토해보자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3일 당 회의에서 여권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 논란과 관련,“국가 중요 정책이 가볍게 결정되면 안 된다”면서도“김해신공항 추진 관련 권한을 가진 국토부가 그 계획이 변경됐는지 안 됐는지부터 입장을 밝혀야 하고 검증위의 검증내용에 관해 그 정확한 뜻이 뭔지 먼저 검증되고 난 담에 다음 단계로 결과에 따라서 논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주 원내대표는“몇십조원씩 드는 중요 국책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선 안 되고 충분한 전문가적 과학적 자료 검증 없이 쉽게 해서도 안 될 일”이라며“중요 국책 사업들은 최고 전문가가 모여서 대한민국 전체 이익에 가장 부합되게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주만해도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며‘절대 불가’로 선 긋기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누그러진 입장이다. 가덕도 신공항이 정국의 핵으로 등장하면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파급력이 만만치 않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오히려 여권에 부산 표를 몰아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는 만큼, TK 민심을 의식해 섣부른 찬성 대신 신중론을 취하면서 PK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PK 3선 하태경 의원은 지역 관문 공항 상생을 위한‘PK·TK·광주호남 3자 연석회의’를 23일 제안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당 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뿐만 아니라 대구 신공항특별법, 광주 신공항이전 특별법에 대해서도 여야 간 조속한 협의로 처리하자고 한 제안에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힌 셈이다.

하 의원은“현재 부산은 가덕신공항 건설 문제, 대구경북은 군위신공항, 호남권은 광주 공항 이전 후 무안신공항 문제가 있다”며“각 지역 관문공항 문제의 포괄적이고 공정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공항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모든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키는 지방 분권 대혁신 논의를 시작해보자”고 했다.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에“대략 10여조원으로 추산된 가덕도 공항건설비용이 지자체 부담없이 전액 중앙에서 조달되는 것은 공항이 국가중요시설이기 때문이다”라며“지역주민의 바램도 중요하겠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하늘길 시스템이 구상된 후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이 부여될 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사정을 거론하며“지금 상황에서 항공수요를 섣불리 추정해 계획을 급히 확정해버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현재 마련 중인 제6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은 근래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확충, 코로나 등의 대외여건 변화 등을 충분히 담아내야 하고, 그것에 기반해 가덕도 신공항은 지금 제기되는 안전문제까지 포함, 타당성을 정교하게 따져볼 일”이라며 신중하게 접근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준비 중인 후보들 사이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힘을 실어주는 공개 지지가 잇따르고 있다.

이언주 전 의원은“저는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동남권 신공항이 가덕 같은 해안가에 건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국가경쟁력을 위해, 기업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한 안을 채택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지혜를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부울경 등 남부권의 수많은 기업들이 수출입시 인천공항까지 돌아갔다 와야 한다”며“이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낭비하는 것이자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만드는 치명적인 요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부울경 기업의 해외이전을 촉진시키는 원인도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복 전 의원도 지난 19일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모임인‘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강연에서“가덕도에 (신공항을 추진)하고 이 정부가 책임지라”며“부산 미래를 위해 해야 한다”고 찬성한 바 있다.

국민의힘 소속은 아니지만 홍준표 의원도 지난 22일 페이스북에“비록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되었지만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추진해 볼만하다”며 야권의 잠룡 중에서는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찬성했다.

홍 의원은“부·울·경 840만은 가덕 신공항으로 가고 호남 500만은 무안 신공항으로 가고 TK 충청 일부 800만은 대구 신공항으로 가고 서울, 수도권, 충청, 강원 2800만은 인천 공항을 이용하는 여객·물류 중심 4대 관문 공항 정책을 채택한다면 지역 균형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을 놓고 내분 양상을 보인 국민의힘은 더 이상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여권의 제안에 찬성도 반대도 아닌, 일단‘회피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정부 여당을 향해선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윤희숙 의원은“선거 때마다 정치공항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에게 이제는 정부가 입장을 내놔야 할 때”라며“기결정된 국책사업을 선거용으로 뒤집는 것이 앞으로도 권장될 것인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항공·공항산업의 미래와 하늘길을 정부가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 신공항에는 어떤 역할을 부여할 것인지, 정말 선거 목적이 아니라면 그 타당성을 찬찬히 따져보겠다는 굳은 약속을 국민에게 해야 할 때”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도 지난 21일 논평에서“국민의힘은 오로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결정 과정을 철저히 검증하고 책임을 묻도록 할 것”이라고 벼렀다.

김유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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