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2천500여 년 전 그리스 아테네출신 철학가이자 문장가인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그 말은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한 말이다. 지록위마와도 다를 바 없다. 
동서고금이 다를 바 없이 대부분 사람들은 없는 것도 있는 척, 모르는 것도 아는 척, 못났으면서 잘 난 척 한다. 모르는 것은 모르고, 아는 것은 알고, 없는 것은 없고, 있는 것은 있는, 부하는 부하다워야 하고, 상급자는 상급자다워야 한다. 한 마디로 분수를,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로 쓰이는 말이 지록위마다.
지록위마는 사슴은 사슴이고 말은 말이어야 한다는 말로 중국 고대 진나라 때 시황제로부터 유래된 말이다. 본시 지록위마는 윗사람을 농락하고 함부로 권세를 부리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하극상과도 상통하는 말이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보면 왕이 왕 답지 못하고, 왕비가 왕비답지 못하고, 대원군이 대원군답지 못하고,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못하고, 대통령을 가까이 하는 지인이 지인답지 못하고, 장관이 장관답지 못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왕대비가 왕 행세를 하는 가하면 대원군이 왕의 행세를, 또 2천10년대 이후 대통령을 가까이 하는 지인이 대통령행세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해야 할 일을 장관이 행세를, 그렇다 보니 무질서가 질서로, 무법이 법이 되고 법은 오간데 없다. 권한을 벗어 난 언행을 하다 들통이 나면 죽을 세라 깊숙이 숨어 난장판을 만든다.
조선시대 고종 임금 때다. 왕비 민 씨가 친정 친인척을 중심으로 왕에 버금가는 행세를 하는가하면 고종의 생부 이하응이 왕인 아들의 상왕행세를 그 때문에 권력을 두고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권력 다툼을 그 결과 국가 기강이 무너져 일본인이 야밤에 왕궁 침실을 침범 왕비를 칼로 찔러 죽이는 사태에 이르렀다. 
사슴이 사슴답지 못하고 말馬이 말답지 못한 결과였다. 또 근래 박근혜대통령 때 일이다. 대통령 지인인 한 여인이 국정을 농단했다. 
그 여인은 대통령의 지인일 뿐 장관을 하는 것도, 대통령비서실장을 하는 것도, 국회의원을 하는 것도, 그렇다고 청와대 경비원을 하는 것도 아닌 국가권력 국가와 국민을 위한 그 어떤 일과 무관한 그런 사람이 대통령과 같은 행세로 국정을 농단했다.
이 또한 사슴이 사슴답지 못하고 말이 말답지 못한 결과였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못하자 국민을 국민답지 않게 보고 행동을 했다. 
그렇듯 지록위마 그런 행태는 어느 시대 어떤 사회에서도 있었다. 다만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최근 사슴이 사슴답지 못하고 사자처럼, 말이 말답지 못하고 곰처럼, 그런 일들이 곳곳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사회질서가 무너지자 하급자가 상급자를 상대로 폭행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다. 똑같은 행위라도 내가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그게 합리화 된 사회로 급진전되고 있다. 
국가 내 하나의 중요한 기관 조직이 둘로 나눠 하극상이 동네 강아지가 됐다. 골목 똘마니들이나 할 짓 그것도 어둠 컴컴한 밤 골목에서나 일어 날만한 짓을 밝은 낮에 사무실내에서 했다. 
사슴은 사슴이어야 하고 말은 말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슴이 사자가 되고 말이 곰이 돼야 하는 세상이 됐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고도 정의를 말 할 수 있는 지 듣고 싶다. 국민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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