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햇살이 하지로 치솟아 가는 늦봄
 썰어진 고기들이  
 육에서 식이 되기 위해 환승을 기다리고 있다  
 각자의 뱃속에서 피와 살로 스며들어 
 수 갈래 길 몸속에서 굽이굽이 돌아 
 어느 산천초목의 잔뿌리를 감싸고 깊어지리라
     
 눈동자가 해맑은 여 검객이 여우꼬리 아홉 개 달린 장도를 차고 끼니때를 놓친 배구협회 무사들을 떼거지로 몰고 왔다 여우꼬리 장도를 허리에 감고 무사들 틈 바구니 오가며 뇌살 미소를 짓는다 식욕을 만땅 채우지 않으면 여우꼬리 장칼을 휘두르겠다는 듯 불판 위로 연신 생살들을 날라댄다 
    
 여 검객은 아름다운 몸이 접혀질 듯 휘어질 듯 권주 가무를 춘다 열광 속에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잘들 드셨냐고 많이들 자셨냐고 함박웃음으로 무사들을 챙기며 퇴장한다 무사들도 우르르 배불러 하며 따라 퇴장한다 
    
 조용해진 객점 혼자 된 나는 그녀의 걸음걸음을 흉내내 본다 한 초식 한 초식이 얼마나 가벼운 나비걸음이었던가 내 손엔 허공 한줌만 놓여 있을 뿐 식비를 받지 못했다 먹다 남은 생살코기 부스러기와 소주잔만 파편이 되어 튀고 있다 전등불이 눈물처럼 담겨있는 유리잔을 보며 찬조 선심이나 쓸 것을 반성과 후회를 합쳐 빈 잔에 남은 소주를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