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의 ‘한’에는 ①큰(大), ②하나의(一), ③국명 ‘韓’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훈민정음으론 이 세 가지 뜻이 각각 다른 음으로 표기되니, 우리말소리를 정확히 적는 측면에서 ‘한글’은 ‘정음(正音)’이라 할 수 없다.
▲ ‘한글’의 ‘한’에는 ①큰(大), ②하나의(一), ③국명 ‘韓’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훈민정음으론 이 세 가지 뜻이 각각 다른 음으로 표기되니, 우리말소리를 정확히 적는 측면에서 ‘한글’은 ‘정음(正音)’이라 할 수 없다.

 

‘한글’은 ‘훈민정음’을 이은 것이지만 훈민정음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훈민정음은 28자 체계이나, 한글은 24자 체계라는 점만 봐도 둘은 서로 다르다. 일제 치하를 거치면서 ‘된ㅅ’과 ‘된ㅂ’을 이용한 종래의 ‘된소리’ 표기를 없애버리고 훈민정음에서 ‘긴소리’였던 ‘ㄲㄸㅃㅉㅆ’을 된소리 표기글자로 왜곡시킨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한글은 정음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한글’이란 명칭을 최초로 쓴 사람은 ‘제국신문’을 창간한 이종일이다. 1898년 7월4일자 비망록에서 그는 “나는 사실 지금 세상을 따지고 보면 대한제국의 시대인 까닭에 내 의견으로는 제호를 제국신문이라고 붙이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청중이 숙의 끝에 모두 좋은 명칭이라고 말하여 이에 제국신문으로 결정하였고, 제호를 ‘한글’로 하면 어떻겠냐고 하였더니 역시 모두 좋다고 하였다. 그런즉 한글전용의 신문을 발간키로 결정하였다”고 증언했다. 이 때의 ‘한글’은 ‘한국(韓國)글자’의 준말이다.

▲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020년 10월6일자 '15세기 세종대왕은 어떻게 Korea가 글을 읽고 쓸 줄 알도록 도움주었나'라는 기사에서 소개한 ‘한글’의 의미.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020년 10월6일자 '15세기 세종대왕은 어떻게 Korea가 글을 읽고 쓸 줄 알도록 도움주었나'라는 기사에서 소개한 ‘한글’의 의미.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제작한 <사진2>처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20년 10월6일자 <15세기 세종대왕은 어떻게 Korea가 글을 읽고 쓸 줄 알도록 도움주었나>라는 기사에서 ‘한글’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한’에는 ‘큰, 하나(great, unique)’라는 의미가 있어 ‘한국의 문자’인 ‘한글’은 ‘큰 문자(great script)’라는 뜻도 된다. ‘큰 문자’는 언어학적·사회적 이유로 볼 때 마땅한 평가다”
위 설명 중, ‘큰 문자’에 대해 <사진2>에선 “훈민정음 창제 이후 ‘언문’ 등으로 낮추어 불리던 우리글을 1910년대 초 주시경 선생을 중심으로 한글학자들이 ‘훌륭한 우리말을 적는 글자’라는 뜻으로 권위를 세워 ‘한글’이라 명명”으로 주석했다.
2009년 10월8일자 뉴시스 <언문은 억울하다, 한글× 훈민정음○> 편에서 밝힌 것처럼, ‘언문(諺文)’에 대해 우리글을 천대시한 용어로 본 것은 주시경의 큰 오해이다. 하지만 ‘한글’의 ‘한’이 ‘큰(大)’을 뜻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용비어천가 67장에서 ‘大雨(대우)’를 ‘한비’라 하였고, ‘大田(대전)’의 옛이름은 ‘한밭’인 것 등이 그 근거이다. 
그러나 ‘한글’의 ‘한’이 ‘하나의’를 뜻하는 관형사일 경우, 훈민정음 표기법에선 ‘ㅏ’가 아닌 제1위 중성 ‘·’를 써서 ‘ㅎ·ㄴ’으로 적었다. 용비어천가 23장을 보면 화살 ‘一發(일발)’은 ‘ㅎ·ㄴ살’로 나타난다. 2019년 5월14일자 <아래아(·) 음, 제주도 방언에만 남아있을리가> 편 등에서 밝힌 것처럼 ‘ㅏ’는 ‘·’ 보다 입이 더 크게 벌어지고, ‘·’는 ‘ㅏ’ 보다 입이 더 작게 열리는 중성이다. 그러니 <사진1>에 보이는 유명한 소프트웨어 ‘한글’에서 ‘한’을 ‘ㅎ·ㄴ’으로 썼는데, 그렇게 쓰면 ‘하나의 글’이지 ‘큰 글’의 뜻은 나타낼 수 없다. 반대로, 중성 ‘ㅏ’를 쓴 ‘한글’이란 표기는 ‘하나의 글’이란 뜻은 나타낼 수 없다.
‘한글’을 ‘한국글자’의 준말로 보는 경우도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한자음 정음을 밝힌 ‘동국정운’에 따르면 ‘韓(한)’의 초성은 긴소리 ‘ㆅ’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선 ‘한글’의 발음을 [한ː글]이라 하여, 장음 ‘한’으로 기재하고 있으니 이는 국명 ‘韓’의 정음과 일치한다. 이처럼 훈민정음으론 의미도 다르고 발음도 다른 세 가지 ‘한’이 표기 상 명확히 구분되는데, 오늘날 ‘한글’ 표기로는 세 가지 다른 발음과 그에 따른 의미들이 전혀 변별되지 않는다.
고로, 우리나라 말소리를 바르게 정확히 적는 면에서 ‘한글’은 ‘정음’이라 할 수 없다. 우리나라 말소리도 제대로 못 적는 판에 어떻게 ‘한글’이 세계제어를 적는 ‘국제정음기호’로 발돋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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