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한글박물관 발간 ‘쉽게 읽는 훈민정음’에선 ‘어제훈민정음’ 대신 판심 부위의 ‘정음’으로 썼다. ‘故’자 앞은 쉼표를 찍어야 하는데 마침표로 해놓고, ‘便’자는 4성 권점 누락, ‘並書’ 앞은 마침표 누락 및 ‘聲’ 뒤에 이어 쓰지 않은 오류들이 보인다. <그림1>
▲ 국립한글박물관 발간 ‘쉽게 읽는 훈민정음’에선 ‘어제훈민정음’ 대신 판심 부위의 ‘정음’으로 썼다. ‘故’자 앞은 쉼표를 찍어야 하는데 마침표로 해놓고, ‘便’자는 4성 권점 누락, ‘並書’ 앞은 마침표 누락 및 ‘聲’ 뒤에 이어 쓰지 않은 오류들이 보인다. <그림1>

 

최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의 해설서 ‘쉽게 읽는 훈민정음’을 발간했다. 그간 해례본 내용에 대한 교육용 교재 제작이나 대외 홍보 자료의 번역이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기준 번역을 마련할 필요성을 절감해 2017년부터 3년간 ‘훈민정음 현대어 번역’(책임연구원: 고려대 김유범 교수)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위 책들은 1940년 해례본 발견 뒤에 발간된 기존 번역물 40여종을 비교·분석해 그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직역문을 선택 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의역했다고 한다. 그러나 살펴본 결과, 전체적으로 기존 번역물들에 누적돼온 적폐적 오역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답습했다.
2020년 4월8일자 <훈민정음 ‘해례본’은 ‘해석례의 번본’이다>와 10월21일자 <훈민정음 X-어제훈민정음 O, 이것이 증거> 등에서 밝힌 것처럼, 해례본은 1~4장까지의 ‘어제훈민정음’ 편과 5~33장까지의 ‘훈민정음해례’ 편으로 대별된다. ‘어제훈민정음’은 또다시 “國之語音~便於日用耳”까지의 ‘어제서문’과 “ㄱ。牙音~點同而促急”의 ‘어제강령’으로 나뉜다.

▲ 국립한글박물관 발간 ‘쉽게 읽는 훈민정음’에선 ‘훈민정음해례’를 써야 할 부위에 ‘정음해례’를 적었다. 전탁은 긴소리인데 된소리로 오역했다. 전탁 ㆅ을 경음(된소리)으로 잘못 설명하고 있다. <그림2>
▲ 국립한글박물관 발간 ‘쉽게 읽는 훈민정음’에선 ‘훈민정음해례’를 써야 할 부위에 ‘정음해례’를 적었다. 전탁은 긴소리인데 된소리로 오역했다. 전탁 ㆅ을 경음(된소리)으로 잘못 설명하고 있다. <그림2>

 

그런데 <사진1>에서 보듯, ‘쉽게 읽는 훈민정음’에선 ‘어제훈민정음’이라 하지 않고 머리를 써서 판심에 쓰인 약칭 ‘정음’을 기재해놓았다. <사진2>에도 ‘훈민정음해례’ 대신에 판심의 ‘정음해례’를 적어놓았다. 
그리고 ‘어제 강령’을 ‘어제 예의’라고 해놓았다. 하지만 그 부분은 단 하나의 ‘예(例)’도 없고 ‘뜻(義)’ 설명도 전무하여 결코 ‘예의(例義)’가 될 수 없다. 그동안 최초 오판한 번역을 좇아 많은 이들이 무의식적으로 ‘예의’라 해왔지만 이제는 철저히 검토하여 바로잡아야 한다. ‘例(해례본에선 ‘용자례’를 의미)’와 ‘義’는 모두 뒤쪽 ‘훈민정음해례’ 편에 수두룩하게 나오니 ‘해례(解例)’ 편이 곧 ‘예의(例義)’이다.
어제서문의 구두점도 완전히 교정되지 못했다. “流通”과 “故” 사이에는 구점(마침표)이 아니라 두점(쉼표)을 찍어야 한다. 그것 외에 총 24회 쓰인 해례본 내 ‘故’자 앞의 절대 다수 쉼표들이 그 증거이다(2018년 8월25일자 ‘훈민정음 해례본 구두점, 이렇게 바로잡았다’ 편 참고). ‘便(편안할 편)’자 안에는 서울대 안병희 교수가 밝힌 것처럼 반드시 평성 권점을 찍어야 한다. 중성해에 나오는 “便於開口” 속의 권점 없는 거성 ‘便(알맞을 편)’자를 평성 ‘편할 편’으로 오역한 것은 기존 번역물들의 큰 병폐다.
“ㄱ。牙音。如君字初發聲” 뒤에는 마침표 구점이 빠져 있고, “並書”는 앞 “聲”자 뒤에 바싹 붙여 연결해 써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나아가 “ㄱ을 나란히 쓰면(ㄲ) 그 소리는 한자 虯(뀨)의 초성 발음([k*])과 같다”에서 ‘ㄲ’을 된소리라 한 것은 큰 잘못이다.
<사진2>를 보면, ‘쉽게 읽는 훈민정음’ 책에선 ‘전탁(全濁)’에 대해 “경음(된소리)를 이르는 말. ‘ㄲ’, ‘ㄸ’, ‘ㅃ’, ‘ㅆ’, ‘ㅉ’, ‘ㆅ’ 따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청탁(淸濁)’에 대해 “무성음은 청음, 유성음은 탁음으로 분류한다”고 해놓았다. 그러나 이 “유성음은 탁음=전탁”이라는 설명은 표준국어대사전의 ‘무성음’ 설명, 곧 “된소리는 무성음”과 모순된다.
위 책 집필자들은 ‘훈민정음의 현대어 번역 연구(3)’ 105쪽에서 “ㆅ는 된소리로 발음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ㆅ’가 된소리가 아니면 같은 전탁 ‘ㄲㄸㅃㅆㅉ’ 또한 된소리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이제는 오역으로써 더 이상 진실을 숨길 수 없다. 2019년 7월9일자 ‘훈민정음의 흑역사, 된소리(ㅺ)와 긴소리(ㄲ)’에서 밝혔듯, 주시경의 착각을 수용한 일제가 된소리 표기를 왜곡시킨 악행을 언제까지 감춰주고 국민들을 오도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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