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의당은 29일 의원 입법안과 비교해 처벌 수준은 낮추고 적용 유예 대상은 확대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정부 수정안을‘개악(改惡)’이라고 규정하며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자고 했더니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을 가져온 셈”이라며“왜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산업재해가 줄지 않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의 85%가 일어나는데 이런 사업장에 적용을 4년 유예하는 것도 모자라 50~99인 사업장도 2년 유예를 가져왔다”며“원청책임도 약화, 처벌도 완화, 징벌적 손해배상도 약화”라고 지적했다.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들과 단식농성 중인 강은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중대재해법에 대한 법사위 법안소위를 앞두고 제출된 정부 수정안은 면피용에 불과하다.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는 수많은 목소리는 뒤로하고 재계의 이해관계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오늘로서 19일째 곡기를 끊고 차디찬 국회 노숙 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저와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 원내대표는“중대재해는 사후 조치 비용이 예방비용을 압도해 경영책임자로 하여금 중대재해를 예방토록 하는 것”이라며“수천억에서 수조원의 매출을 내는 대기업에게 20억원의 벌금형으로 처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매출액과 수입액에 따른 벌금이 가중돼야 기업 스스로가 산재 예방에 대한 필수적인 예산으로 인식하고 문화도 바뀌게 될 것”이라며“정의당은 제출된 정부안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제대로 된 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류호정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중대재해법인데 기업 처벌을 못하는 법이 될 수 있다”며“절대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중대재해가 개인의 과실이 아닌 기업에서 안전 시스템 미비로 일어나는 기업 범죄란 것을 인식하기 위한 법안인데 주요 내용이 다 빠져버렸다. (민주당 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악됐다”면서“50인 미만 사업장 시행 시기를 유예하면 원청은 공동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상위 1%의 책임을 또 벗어나게 해주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삭제된 데 대해서도“이미 산안법에서 실무자 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린 의사결정에 대표이사가 관여한 바가 있으면 처벌한 전례가 있다”며“이런 식으로 원청에 책임을 계속해서 벗어날 수 있게 줄여주면 현재 산안법과 다를 게 없는 법안이 된다”고 말했다.

장태수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정부안으로 제출된 중대재해법에는 시민 생명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없다. 살아서 퇴근하고 싶다는 시민들의 바람이 담겨있지 않다”며“법 시행을 1년 후로 미뤄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의 죽음을 방관하겠다고 한다. 5년 동안 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죽음에 손 놓겠다는 정부가 정부냐”고 반문했다.

장 대변인은“정부안은 경영책임자의 책무를 면탈하는 면죄부에 불과하다. 경영책임자 책무를 안전보건담당이사에게 떠넘기고 발주처 책임을 하청업체에 돌렸다”며“공정위 전속고발권 유지, 최대주주 의결권 완화,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 보유 허용 등을 잇는 친기업행보의 끝판왕”이라고 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정의당 의원총회에서“정부안을 봤는데 너무 허술해서 정말 기가 막힌다. 어떻게 정부라는 곳이 사람을 살려야 하는데 오히려 죽이려고 하는 것인지 정말 한심스럽다”며“수십 년 동안 이런 죽음들이 계속 있었고 이제 막자고 하는데 정부에서 또 죽이겠다고 한다”고 개탄했다.

강 원내대표와 산업재해 유가족들은 중대재해법 제정안 심사를 위해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항의의 뜻도 전달했다.

김유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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