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수출 회복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여전히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도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릴 수 있는 이유는 반도체 시장 호황에서 찾을 수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4775억 달러로 전년 대비 8.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는 15.5% 늘어난 1417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주요 기관이 제시한 경제 성장률 등을 뛰어넘는 수치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각각 5.2%, 5.0%로 발표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교역 증가율을 7.2%로 예측했다.
이런 기조에 힘입어 올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역대 2번째로 1000억 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반도체 수출액이 5.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은행과 산업연구원은 이 수치를 각각 9.4%, 13.1%로 추산했다.
3년 만에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2018년 당시 반도체 수출액은 1267억 달러로 역대 가장 많았다.
김경훈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2022년까지 반도체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며 “D램 등 우리나라 주력품의 수요 회복이 빠르고 단가도 올해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파운드리(수탁 생산) 부문에서 대만 TSMC와 경쟁이 치열하지만 우리 기업으로 점차 수주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생산 능력으로 볼 때 올해 1000억 달러 수출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전 슈퍼사이클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 ‘시스템반도체 산업 현황 및 전망’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1%이지만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기술력도 미국, 유럽, 일본에 뒤쳐지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수준은 미국과 비교해 84.0% 수준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를 ‘빅3’ 산업으로 묶어 관련 연구개발(R&D) 지원 예산을 늘리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수립했다. 이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연구 개발과 생산 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성장성 높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분야 육성, 수요 산업과 협력 관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기준 반도체 품목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에 달했다. 반도체가 살아나면 수출도 반등한다는 공식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0%가량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고, 같은 달 전체 수출액은 역대 12월 가운데 가장 많은 514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국내 기관들도 올해 수출 회복에 대해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업연구원과 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이 각각 약 11%, 6% 늘어날 것으로 봤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핵심은 반도체다.
김 연구위원은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동차 특히, 전기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수출과 시차는 있지만 선박 시황도 좋아지고 있고 철강, 기계 등 주력 품목들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코로나19 재확산, 미국 신(新)정부 출범, 보호무역주의 등 악재는 여전히 존재한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경책은 가져가겠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제스쳐가 취임 이후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경제 부양을 위한 대책이 나오면 우리에게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라며 “백신과 치료제가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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