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허덕였던 저자 오노레 드 발자크는 날마다 찾아오는 빚쟁이들을 피해 뒷문으로 도망쳐야만 했다.
“나폴레옹이 칼로 할 수 없었던 것을 나는 펜으로 정복하겠다”고 자신을 다잡을 만큼 습작에 열성을 보였던 그는 첫 작품 ‘크롬웰’의 실패 후 소설보다는 저널리즘이 돈이 된다고 판단해 문학판을 떠난다.
이후 권력을 과시하는 저널리즘에 매료된 발자크는 인간의 삶과 생존 방식에 대해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한때 “저널리즘이야말로 인간 지성의 총체”라 칭송할 정도로 발자크는 언론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발자크와 저널리즘의 관계가 뒤틀린 건 자신이 창간한 ‘르뷔 파리지엔’이 3회 만에 파산한 게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
편집, 인쇄, 조판까지 언론이 탄생하는 전 과정에 참여했음에도 실패하자 그는 자신이 저널리즘 세계로부터 패했음을 인정한다.
그때 시작된 저널리즘에 관한 분노와 원망은 ‘기자 생리학’의 집필로 이어졌다.
이 책은 문인 종(種)을 ‘논객’과 ‘비평가’로 분류하고 세분화해 언론의 메커니즘을 일거에 보여준다. 저널리즘 세계를 마치 동물의 왕국처럼 종을 나누고 그 생존 본능이 추출한 치졸한 본성을 묘사한 대목은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실제 발자크는 저널리즘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취했지만 자신의 논리만큼은 뭉뚱그려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널리즘 세계의 구조적 모순을 세세하게 담아냈다. 정치인을 두고 “공공장소 청소 하나 제대로 시킬 줄 모르는” 인물이라 묘사하고 비평가는 “예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서 예술에 대해 말하는” 익살꾼이라 지칭한다. 류재화 옮김, 266쪽, 페이퍼로드,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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