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어려운 요즘 세상을 우리는 곡소리 난다고 한다. 산자를 위로하고 죽은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마지막 의식의 노래가 있다. 바로 상여소리다.

이오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독립지사의 입을 빌어 시국을 질타한 ‘꽃구름 탓더니 먹구름, 나룻배 탓더니 조각배’와 ‘이게 나라냐’의 이오장(68) 시인이 이번에는 상여소리를 빌어 세상의 모순을 지적하고 한탄한다.

이 시인이 출간한 시집은 ‘상여소리’(스타북스)다. 민초들은 여기저기서 아우성치다가 지쳐 넘어지고 쓰러져도 상처를 어루만질 새도 없이 또 다른 생채기를 쟁여내며 살아가고 있다. 이 세태에 일침을 가한다.

망자의 한을 달래고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며 세상을 향한 이야기를 풀어내게 되는데 권선징악의 가르침과 위선자를 나무라며 정치를 비판하는 등 그 시대의 희로애락 사연이 총망라된다.

죽음은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지만 누구도 피하지 못하는 인생의 고리다. 이어지는 끈을 붙잡고 살다가 주어진 만큼의 길이에 도달하면 누구나 죽음에 이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리는 것이 삶이다. 그 죽음을 어느 누가 초월하여 바꾸거나 되돌리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죽음을 사람 사회의 가장 큰 축제로 만들어 두려움을 잊고자 했고, 죽음 저쪽의 세계를 상상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장례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 삶과 죽음의 다리를 이어주고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며 남은 자를 위로했다. 여기에 동원된 도구가 상여다. 관을 얹어 장지까지 운구하는 도구를 화려하게 치장하여 노래를 불러 죽음의 두려움을 아름답게 치장한 것이다. 이때 상여를 메고 장지를 향해 갈 때 불렀던 노래가 ‘상여소리’다.

시집을 통해 이 시인은 우리 전례의 상엿소리에 현시대상황을 질타하며 정치와 경제,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담았다. ‘어-노 어-노 어나리 넘자 어 -노’ 후렴에 맞춰 선소리를 불러가는 요령꾼이 장지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읊어가는  모습을 세세하게 재현하여 장장 1천900행이 넘는 장편 서사시로 엮었다.

‘먹는 입에서 욕도 나온다’ ‘꽃잎 세던 손이 낙엽도 센다’ ‘높은 곳에서 날면 낮은 곳에 떨어진다’ ‘올려다본 산이 더 높다’ ‘가지 없는 나무 바람을 모른다’ 등등 얼핏 들어보면 알 것 같지만 익숙하지 않은 말을 편편이 동원하여 무의식적인 교훈을 주는 것과 현 정치상황의 혼란을 나무라며 직접적인 언어로 정치인을 나무라기도 한다.

‘달아달아 밝은달아 장관들이 놀던 달아 방아찧어 만든떡을 장관들만 주지말고 쳐다보는 국민입에 떡고물을 뿌려다오 어찌어찌 줄잘잡아 의원되고 장관되어 고대광실 궁궐속에 옥신발에 금실 옷에 입술마저 금빛내고 세종대로 넒은차선 저희말만 차지한데 목마르다 목마르다 피터지게 소리치는 국민들을 몰라보네 달아달아 밝은달아 그빛갈라 국민주오 장관입에 맹물주고 국민입에 떡을 주오’라며 일부 정치인에 몰려있는 부귀영화를 비판하고 정치인이 가져야 할 도덕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등 현실 참여도 한다.

그동안 정치인을 비평하는 “꽃구름 탔더니 먹구름. 나룻배 탔더니 조각배”와 독립지사의 입을 빌어 현 시국을 질타한 “이게 나라냐”의 시집을 상재하여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시인은 이번엔 전례 되어오는 ‘상엿소리’를 통해 사람답게 살 것과 국민을 위한 정치에 온 힘을 다하라는 충고를 거듭하고 있다.

시가 시대를 가르칠 수는 없어도 그 시대의 오점을 지적하여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자극을 줄 수는 있어 주목된다.

김해빈 시인은 “이 시인은 상여소리를 빌어 세상의 모순을 지적하고 한탄한다. 사라져가는 조상들의 장례문화를 되새겨보며 이 시대의 비극적인 모순에 대한 한탄을 곡소리로 대신한다. 상여소리는 아픔을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마지막 몸부림이 아닐는지… 극히 서정에 머물러 있던 시인은 정치·사회 비판 연작시를 써오고 있는데 이 시집에서도 현 시대의 한을 풀어 마지막 축제 ‘장송곡’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그 필치가 날카롭다”고 평했다.

이오장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문화발전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부천문인회 명예회장이다. 시집으로는 ‘왕릉’, ‘고라실의 안과 밖’, ‘천관녀의 달’, ‘99인의 자화상’ 등 16권이 있고 동시집으로 ‘서쪽에서 해뜬 날’과 ‘하얀 꽃바람’이 있다.

부천=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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