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대출원금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프로그램을 추가 연장할지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지원 기간을 늘리더라도 이제는 이자만이라도 조금씩 갚아나가도록 해야 대출고객(차주)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가이드라인’ 연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한 이 가이드라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겹치면서 재연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금융지원으로 부실이 이연된 만큼 기존에 해온 것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당국이 연착륙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종료 시점에 상환 방식이 어떻게 정해질지 몰라 선제 대응도 쉽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당 대출에 대해서는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차주의 신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신용 평가나 차주별 리스크 관리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충당금도 얼마나 쌓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상 고객들이 미뤄뒀던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으려면 부담될 수 있으니 분할 납입하거나 매월 상환 금액이 큰 차주는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방식으로 장기 상환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환대출도 능사는 아니다. 기존 은행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려면 정부 지원 프로그램보다 금리가 올라가는 건 불가피하다. 결국 최대한 갚을 수 있을 때 갚아야 눈덩이처럼 커질 상환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나간 대출을 일부라도 회수하는 게 리스크 관리인데 아예 불가능한 데다 이자를 받지 않고 원금 상환도 미뤄지다 보니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인 셈”이라며 “유예됐을 뿐 면제가 아닌데 고객 입장에서도 한 번에 내려고 하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원금에 대해서는 추가 연장하더라도 이자 상환은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관계자는 “담보부 대출은 담보결격사유가 생기는지 수시로 체크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가능하겠지만 신용대출은 쉽지 않다”며 “조금이라도 빚을 갚을 수 있게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라고 설명했다.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우리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코로나19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종합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청자에 한정되지만 업체의 현 재무 상태를 공개하고 기업대출 경험이 풍부한 은행 담당자로부터 비용 절감, 매출 회복, 자금조달 지원 등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차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상생 전략이다.
이제는 기업자금 공급 확대와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에는 자금을 공급하되 산업 패러다임 변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코로나19 이전에 어려웠던 기업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재무재표 등으로 경영상태 분석이 가능한 법인과 달리 소상공인 등은 사전 부실 징후 판단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금융권의 대처가 제한적”이라며 “전방위적 지원은 금융권의 사전 대처를 어렵게 해 금융리스크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이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연착륙 방안에 맞춰 금융권도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며 “금융권은 차주 옥석 가리기에 착수, 전반적인 대출심사 강화 등을 통한 건전성 관리를 수행하되 부문별로 대출 시스템을 전면 점검·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원회가 밝힌 지난달 4일 기준 금융권 전체 대출·보증 지원 금액은 260조1000억원 규모다. 신규 대출·보증이 111조5000억원이고, 기존 대출·보증 대상 만기연장이 149조6000억원이다.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133조5000억원, 시중은행을 통해 126조4000억원이 지원됐다.
김성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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