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벽두부터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국민통합’을 화두로 던진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가 도리어 국민 다수로부터 반발을 산 데다가, 코로나19 이익공유제는 진보·보수 양측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3위로 밀려났다는 여론조사마저 발표되며 우울한 새해를 맞이한 모양새다.

13일 쿠키뉴스 의뢰 한길리서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9~11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 대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25.5%, 윤석열 검찰총장은 23.8%로 오차범위 내 선두권을 달렸다. 이낙연 대표는 14.1%에 머물렀다.

한길리서치 조사는 여야 후보 6인을 제시하고 이 중 지지 후보를 고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2주차 실시 조사에 비교해보면 이 지사는 4.2%포인트 상승한 반면, 윤 총장은 4.4%포인트, 이 대표는 3.9%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말 윤석열 총장이 범야권 주자로 급부상하면서 이낙연·이재명 두 여권 후보와 3자구도가 이어졌지만, 새해 첫 머리에 이 대표가 3강에서 뒤쳐지는 여론조사가 나온 것이다.

이는 이 대표가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꺼낸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의 역풍으로 풀이된다.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한 것이 도리어 친문·진보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온 셈이다. 실제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재명 지사 45.3%, 이낙연 대표 32%로 격차가 벌어졌다. 진보층에선 이 지사 42.9%, 이 대표 20.4%로 격차가 2배로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의 절대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도 균열이 나타났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 지사에 밀린 가운데 호남에서 29.7%를 얻으며 유일하게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그나마도 25.3%인 이 지사와 오차범위(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내에서 경합했다. 이같은 이탈은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민주당 광주 지역 의원 대부분은 지난 4일 민족민주열사묘역 참배 후 사면론에 대한 견해를 묻자 대부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광주 광산구을이 지역구인 민형배 의원은“이 대표의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현실적 효용성, 정치적 의미, 당과 대권주자로서 갖고 있는 무게감 등을 봤을 때 적절치 않았다고 본다”고 이 대표를 정면 비판한 뒤 이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이 대표가 새해에 던진 또다른 이슈인 코로나19 이익공유제에는 진보·보수야당 가릴 것 없이 혹평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등 보수야당은 ‘반(反)시장적 기업 팔 비틀기’라고 비난했다.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증세 없는 복지’에 빗대며 “그런 차원에서 보면 된다. (증세라는) 말을 포장해서 예쁘게 돌려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도‘자발적 참여’를 내건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특별재난연대세’관련 법안을 발의한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는“이 대표, 지금 어딜 보고 있는가”라며“지금은 기업의 선의 뒤에 숨는 후원자를 자처할 때가 아니라 재난 시기 사회연대를 이끌어낼 책임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힐난했다.

민주당 내부도 반응이 엇갈린다.‘포스트 코로나 불평등 해소 및 재정정책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하루만에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취지는 공감하나‘자발적 참여’는 실효성의 담보가 안 된다. 압박 또는 관제기부의 위험도 있고, 이익 또는 손실의 산정도 형평성 시비 논란이 생길 여지가 크다”고 공개 비판했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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