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건에 관심이 없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작품을 모을 생각은 없다. 음악 스트리밍을 이용하면서 수천 장의 CD를 모두 줘버렸고, 책도 매년 절반 이상 기부하거나 버린다. 자동차나 시계 따위에는 아예 무관심하다. 반면 나는 순간을 모은다. 그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랑과 우정, 기쁨과 슬픔, 감탄과 실의, 함께와 홀로의 감상으로 가득하다. 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웠던 올해, 비록 새로운 목적지를 발견하는 기쁨은 없었지만 상상과 명상으로 평생 못 가본 마음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작은 위안을 찾는다. “(pp.157~158)
홍정욱올가니카 회장(올재 이사장)이 만 50세를 맞아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낸 에세이를 출간했다.베스트샐러 ‘7막 7장’ 이후 27년만의 첫 책이다.
“지난 가을, 재택근무를 변명 삼아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죽어 썩자마자 잊혀지고 싶지 않으면 읽을 만한 책을 쓰거나 써줄 만한 일을 하라”던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이 떠올랐다. 집에 앉아 써줄 만한 일을 찾기는 힘들고, 10년간 내 소셜 미디어에 올렸던 글 몇 개를 골라 에세이로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50세가 되었으니 50개 꼭지를 골랐다”(p.6)
지난 10년간 SNS에 올린 글귀들에 기억에 남는 일화와 이야기를 더해50편의 에세이에 담았다.
공자가 논어에서 “오십이 되어서야 하늘의 명명을 알았다(五十而知天命)”는 말 처럼 그도 50이 되어서야 지난 50년의 삶은 자신의 소명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는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선주자로, 서울시장후보로 하마평이 무성하다. 그래서 이번 책을 쓴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 많은 언론에서 그 사실을 실으며 다음 행보를 점치기에 바빴다. 하지만 ‘50 홍정욱 에세이’를 쓴 것은 다시 정치에 뛰어들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밝혔다.
홍정욱은 오히려 이 책에서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자신이 왜 국회와 정치를 떠나 창업자와 경영인의 길을 택했는지, 그리고 삶에서 무엇을 찾으며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적의 타이밍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시간이 흐른 뒤 선택의 옳고 그름을 평가할 뿐이다. 나는 가슴의 소리에 의존하기에 결정에 대한 후회가 없는 편이다. 다만 가슴의 소리를 따른다는 건 무작정 꽂히는 대로 움직이라는 뜻이 아니다. 쿵쿵대는 흥분이 조금 잦아들 때 더 정확한 가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실패의 위험을 줄이는 고민이 필요하고 사람들의 조언도 구해야 한다. 가슴의 결정을 두뇌의 분석으로 받쳐줘야 하는 것이다.(pp.20~21) 위즈덤하우스, 230쪽,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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