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호구의 기본 의미는 범의 아가리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지경이나 경우를 말한다. 또 하나의 의미는 바둑 용어로, 바둑돌 석 점의 같은 색 돌로 둘러싸이고 한쪽만 트인 눈의 자리를 말한다. 이 속에 돌을 두면 당연히 돌을 뺏기는 것으로, 이를 호구짓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호구’라는 단어는 바둑 용어에서 나온 말로,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뜻한다. 호구에겐 갖춰야 할 기본자세가 있다. 거절을 잘 못하고, 나름 착하고, 나름 일을 잘해야 하고, 나름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베풀어야 한다. 다만 눈치가 없어서 복잡해진 사회적 관계 안에서 의미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옴팡 뒤집어쓰는 것뿐이다.
이 책 ‘호구의 사회학’을 쓴 석중휘 숭의여대 교수는 호구라는 범주 안에 몰린 사람들, 자기계발서를 통해 ‘호구’라는 타이틀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호구’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지 말고, 그 이면에 숨은 심리를 파악해 나름 세상의 한 축을 이어나가는 ‘줄’로 살아보자고 말한다. 물론 이 역변하는 세상에서 ‘호구’라는 캐릭터도 있어야 세상이 스멀스멀하게 넘어갈 수 있지 않겠냐는 반문도 한다.
“‘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일도 잘한다고 했다. 또 많이 베풀수록 성공에 가까워진다고, 그래서 당신은 꼭 성공할 거라고 했다. 나를 잘 알았던, 아니 몰랐던 많은 사람들도 말이다. 하지만 사실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착한’의 뜻이 ‘호구’의 의미라는 걸 말이다”( p288) 304쪽, 도도,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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