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루슈디의 천일야화 ‘2년8개월28일밤’
살만 루슈디의 천일야화 ‘2년8개월28일밤’
  • 경기매일
  • 승인 2021.01.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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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과 광기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천일야화가 펼쳐진다. 
구전과 역사, 전통과 신화 등 ‘옛날이야기’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천부적인 입담으로 풀어내는 작가 살만 루슈디의 ‘2년 8개월 28일 밤’은 지금으로부터 천 년이 흐른 후 우리의 후손이 21세기를 되돌아보며 서술한 연대기 형식이다. 현재에서 과거를 반추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서 현재를 이야기한다.
가까운 미래, 강한 폭풍우가 사흘 밤낮 동안 뉴욕을 강타한 뒤, 귓불이 없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기이한 능력이 생긴다. 정원사 제로니모는 지면에서 몸이 9㎝나 떠올라 땅을 딛지 못하고, 그래픽노블 작가 지망생 지미에게는 자신의 그림이 형상을 가진 실체가 되어 나타난다.
아기 스톰은 주변 사람들의 부정부패를 단번에 알아내며, 이별 통보를 받은 테리사는 번개를 쏘아 연인을 단죄한다. 본인들은 모르지만 이들 모두 마족의 후손이다. 850여 년 전, 12세기에 마계의 공주 두니아가 탁월한 지성을 가진 이슬람 철학자 이븐루시드를 사랑해 엄청나게 많은 자식을 낳았고, 이들은 자신의 놀라운 능력을 모르는 채 대대로 인간세계에 널리 퍼졌던 것이다.
폭풍우 후 인간세계와 마족세계 사이를 잇는 통로가 뚫렸고, 이때를 기회삼아 욕망과 본능에 충실해 악한 마법을 쓰는 흑마신들이 인류를 노예로 삼으려 인간세계로 침입한다. 마족세계와 인간세계의 틈새가 벌어진 이때, 마족 공주 두니아 역시 옛 연인을 되찾으려고 지상으로 돌아온다. 이미 무덤에 들어간 연인 이븐루시드는 두니아에게 부디 흩어진 가족을 모아달라고, 그리하여 다가오는 세계대란을 막아내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두니아는 귓불이 없는 자신의 후손들을 찾아가 그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일깨워준다. 이들을 한데 모아 극악무도한 흑마족을 상대로 맞서기로 한다. 그렇게 시작된 싸움은 천 일 하고도 하룻밤, 장장 2년 8개월 28일 동안 이어진다. 김진준 옮김, 420쪽, 문학동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