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라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5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제 바닥을 지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유사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겠지만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면서 시황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해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9192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도 2조5688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에쓰오일은 1조877억원, 현대오일뱅크는 593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유 4사의 지난해 연간 합산 적자 규모는 5조1690억원이다. 2019년 연간 합산 영업이익 3조1202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번 돈을 모두 날리고 1조원이 넘는 추가 손실까지 발생한 셈이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부진 여파로 정제마진이 악화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정유사 수익의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통상 국내 정유업체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를 밑돌면 정유사가 공장을 돌려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가 난다는 의미다. 지난해 정제마진은 상반기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하반기에도 1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막대한 재고평가손실을 떠안았다. 정유사는 통상 원유를 사들인 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2~3개월 후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급락하게 되면 비싼 가격으로 구입해 놓은 유가를 싸게 팔아야 해 손해를 본다.
업황 악화에 따라 정유사들은 원유 처리 공장 가동률을 낮췄지만 수익 악화를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는 시황이 회복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연초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에 근접한데다 정제마진이 소폭 회복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적자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상반기까지는 뚜렷한 실적 개선은 이뤄지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정제마진이 오르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라고 보기는 어렵고 코로나19 영향도 남아 있다.
정유사들은 본격적인 회복 시점을 하반기로 보고 있다. 상반기부터 미국, 유럽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됨에 따라 석유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제마진도 차츰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하반기부터는 수요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어려움은 있겠지만 수익성 회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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