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국제법으로 판결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금전적 배상이 아닌 과거 행위에 대한 사죄 및 책임 인정은 국내 소송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취지다.
16일 오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추진위원회(추진위)는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위안부 문제, 국제법 판단 받자’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는 이 할머니가 참석해 위안부 문제를 ICJ에서 국제법으로 판단 받자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분홍색 한복에 자홍빛 목도리를 두르고 기자회견장에 입장한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재판도 했고, 미국에서도 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면서 “이제는 방법이 없다. 우리 정부가 국제법으로 일본에 죄를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인정과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 할머니는 발언 중간 중간 울먹이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특히 “이제 시간이 없다. 제가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들에게 가서,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희석 연세대 박사와 김현정 배상과교육을위한위안부행동(CARE) 대표,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대구시민모임 대표 등도 참여했다.
신 박사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승소했던 손해배상 소송 판결을 언급하면서 “일본 정부가 항소를 포기해 결국 지난 1월23일 확정됐다. 오늘 이런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판결이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일본 정부가 항소조차 하지 않은 건 굉장히 아쉬운 면이 있다”면서 “또한 실제 판결이 이행된다 하더라도 이런 재판 관할권 면제와 별도로 집행관할권 면제가 있기 때문에 간단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상대로 단순 금전적 배상이 아니라 과거 행위에 대한 사죄 및 책임 인정, 역사교육 등을 원하는데, 이는 국내 소송을 통해서 실현하기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ICJ 제소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이 할머니는 일본 극우 단체가 위안부 피해자는 가짜라는 주장을 펼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 할머니는 “역사의 산증인이 이렇게 살아있지 않냐”고 강조했다.
원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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