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투자하는 ‘주식 빚투’ 규모가 다시 급증하더니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달 말 코스피 3000선이 붕괴된 뒤 다시 강세를 이어가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1조66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14일(10조2949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보유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 주식을 매수한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대출받은 자금을 주식투자에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주식 빚투’ 규모를 보여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여 이자보다 주가 상승폭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단기에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코스피 상승세와 함께 지난해 꾸준히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웠다. 올들어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이어가자 지난 1월7일 빚투 규모는 20조원도 넘어섰다.
단숨에 21조원까지 늘어나더니 지난달 29일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 여파로 코스피 3000선이 붕괴된 뒤 줄어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코스피 상승세에 힘입어 21조원을 다시 넘어서더니 역대 최고치를 또 기록했다.
이달들어 코스피는 숨고르기를 하며 큰틀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3084.67까지 떨어졌던 지수는 반등해 지난 16일 3160선을 회복했다.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구체적으로 유가증권 11조6268억원, 코스닥 10조359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업계에서는 코스닥 빚투 규모가 전체 시장 규모 대비 많은 편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은 390조0819억원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의 경우 시총 규모 대비 빚투 규모가 많은 편인데다, 증가 속도도 빨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리한 빚투가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빚낸 것을 제 때 갚지 못할 때 증권사에서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것을 말한다.
반대매매가 무서운 이유는 증권사에서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수량만큼을 하한가로 계산해 팔아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대매매로 나온 매물들이 풀리면서 해당 종목 주가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져 피해가 다른 투자자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주가가 오르고 있어 매도를 안 하고 있지만, 매물이 한 번 많이 나오면 주가가 빠르게 오른 만큼 큰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주가가 지금처럼 급등한 상황에서 수익을 냈다면 대출 받은 것을 어느 정도 상환하면서 투자한 것을 회수하는 등 현금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성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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