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 사태가 시작됐을 때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감염은 불평등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인권활동가 미류, 문화인류학자 서보경,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 고금숙, 배달 노동자 박정훈, 홈리스 활동가 최현숙,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김도현, 영화감독 이길보라, 작가 이향규, 영장류학자 김산하, 정치학자 채효정 등 저자 10명은  이 책에서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사회의 사각지대를 짚는다.
인권활동가 미류는 ‘우리는 서로를 책임질 수 있을까’에서 갑자기 자가격리를 하게 되며 느꼈던 두려움을 털어놓고, 결국은 단절이 아닌 연결이 감염병을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문화인류학자 서보경은 ‘감염과 오명, 보복하지 않는 정의에 대하여’에서 언제 어떻게 바이러스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확진자에 대한 분노와 스스로 낙인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고리들을 파헤친다.
정치학자 채효정은 ‘누가 이 세계를 돌보는가’를 통해 팬데믹 시기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닥친 위기를 다각도로 살피면서 돌봄이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코로나 시대의 배달노동’에서 팬데믹 시대 필수산업으로 떠오른 배달노동의 그림자를 짚는다.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의 ‘거리 홈리스들이 살아낸 팬데믹 첫해’와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김도현의 ‘‘시설사회’와 코로나19, 그리고 장애인’은 철저한 방역을 강조해온 우리 사회가 국민으로 여긴 이들이 누구인지 묻는다.
‘알맹상점’의 운영자이자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인 고금숙은 ‘마스크는 썩지 않는다’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고무장갑을 끼고 투표에 나섰던 경험을 회고하며 팬데믹을 핑계로 방치되고 있는 플라스틱 위기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야생 영장류학자 김산하는 ‘마스크 아래의 민낯’에서 자연파괴를 일삼다가 코로나19와 같은 재앙이 비롯됐음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마스크에만 집착하는 작금의 사태를 꼬집는다.
영화감독 이길보라는 ‘가치에 대해 질문할 권리’에서 거짓말처럼 국경이 닫혀버린 2020년의 풍경을 돌아본다. 졸지에 생이별하게 된 일본인 파트너와 다시 만나기 위해 혼인신고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방역에 가려진 가치와 그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상상할 권리의 중요성을 항변한다.
영국에 거주하는 작가 이향규는 ‘인종주의라는 바이러스’에서 중국인으로 오해받고 항변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인종주의가 퍼져나간 현실을 고발한다. 212쪽, 창비,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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