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은 23일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지속됐음이 확인됐다며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도 불법사찰 정보를 보고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22일 국정원의 보고 내용과 관련해“어제는 정보공개를 신청한 신청자들의 요구에 따라서 (국정원이) 자료를 검색한 결과 박근혜 정부 시절 신상정보 자료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며“박근혜 정부 때까지 사찰이 계속됐음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사찰 정보의 보고처로 명시돼 있는 것은 민정수석, 정무수석, 대통령비서실장이고 국무총리가 보고처로 돼 있는 자료도 있었다”며“이것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인 시절에 보고한 게 아닌가라고 보여진다”고 했다.

그는“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라 사실 국무총리에 보고할 의무는 없다”며“그런데도 국무총리에게 보고했다는 것으로 봤을 때 아마 권한대행 시절이 아닌가라고 추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보고 후에 어떤 다른 지시사항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시사항이 있었는지 파악하라고 (국정원에) 요청을 해둔 상태”라고 했다.

전날 국정원은 서버에 보관된 불법사찰 문건이 약 20만건이라고 보고했다. 다만 이는 MB 정부 불법사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박정희 정부 이후 생산된 불법사찰 문건을 포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를 토대로 국정원의 사찰 대상자가 2만명 정도일 것으로 추산했다.

김 위원장은“국회의원, 지자체장, 문화·예술계, 법조계, 노동계 등 전방위적으로 불법사찰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며“사찰 정보 문건, 그러니까 국정원 표현대로 하면‘비정상적 신상정보 수집 문건’의 수는 약 20만 건 정도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그는“지금까지 (불법사찰) 당사자에 제공된 문건 수를 보면 1인당 신상정보 문건 수가 적게는 3~4건에서 많게는 10여 건까지 나오고 있다”며“1인당 평균 10건 정도로 추정해 본다면 사찰 대상자 수가 2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김대중(DJ) 정부 시절 국정원장이 1800명을 상시 불법도청해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 재판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국정원 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국정원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이런 사찰 지시는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DJ 정부 때 국정원의 불법사찰은 이전 정부에서 했던 관행으로 새로운 사찰 지시가 아니었으며 그마저도 김 전 대통령이 사찰 금지령을 내려 없앴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임 전 원장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도청 장비는 이전 정부에서 도입했고 당시 국정원 직원들이 관행대로 해오던 게 있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 불법 도감청을 하지 말라는 공개적 발언도 있었고 역대 정부들보다 불법 도청 건수는 상당히 적었다”며“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기 때문에 원장에게도 책임을 물어 당시 유죄가 선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보관 중인 불법사찰 문건 처리와 관련해서는“먼저 진상규명이 확실하게 되고 사찰 대상자 수나 정보 문건 수, 사찰 방법, 활용처 등에 대한 분산된 자료를 취합·분류하는 대로 정보위에 보고하라고 국정원에 요구했다”며“이게 된 다음에 책임자 처벌 문제와 불법사찰 정보 폐기 절차 등에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했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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