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세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1%대를 회복했다. 향후 경기회복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물가 상승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를 기록, 지난해 1월(1.5%) 이후 1년여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4월(0.1%)부터 0%대로 내려앉더니 5월(-0.3%)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어 9월(1.0%) 한 달을 제외하면 내내 0%대에 머물다 지난달 겨우 1%대로 돌아온 셈이다.
배경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있다. 지난달 두바이유는 배럴당 60.9달러로 전월(54.8달러)보다 상승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지난달 60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전망과 미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 수요 회복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국내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었던 국내 석유류 가격도 지난달 하락폭이 축소(-8.6%→-6.2%)됐다.
저물가 속에서도 고공행진했던 농축수산물 가격도 오름폭이 더 커졌다. 한파에 따른 작황부진 등에 지난달에는 명절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6.2% 상승했다. 이는 2011년 2월(17.1%) 이후 1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농산물만 봐도 2011년 1월(24.0%) 이후 최대 상승 폭인 21.3% 상승했다. 파(227.5%), 사과(55.2%), 쌀(12.9%), 고춧가루(35.0%) 등의 가격 상승폭이 컸고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에 달걀값도 41.7%나 올랐다.
추가 상승을 막은 건 고등학교 무상교육 등 정부 정책 효과였다. 고교 납입금이 전년 동월 대비 93.3% 하락하면서 공공서비스 물가는 2.1% 하락했다. 여기에 외식물가 등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폭(1.6%)도 예년보다 낮은 1%대에 그치고 있다. 외식물가는 식재료값 상승, 외식 외 개인서비스 물가는 연초 보험료 인상 등 요인을 제외하고 본다면 여전히 강화된 거리두기로 인한 관련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하지만 향후 물가 상승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 전망이 더 강해졌고, 원유 등 원자재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경기부양책 영향으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 기대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그동안 ‘너무 안 올라 문제’였던 물가가 빠르게 상승할 조짐이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당분간 물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하되,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공급과 수요측면 모두 물가 상승 요인이 분명해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이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가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당히 많이 올라왔고 당분간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자산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의 급격한 상승보다는 코로나19 위기로 비정상적이었던 흐름이 정상으로 되돌아오는 과정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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