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안 허스키와 포메라니안를 교배시킨 ‘폼스키’.

 

윤신근<br>수의사·동물학박사<br>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폼피츠’ ‘말티푸’ ‘몰키’….
40년 경력의 수의사이자 90년대 모 일간지에 전 세계 견종을 소개하는 ‘애견백과’까지 연재했던 필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반려견종이 최근 넘쳐난다. 인터넷이나 SNS상에서 ‘하이브리드’(Hybrid, 이종교배)로 통하는 아이들이다.
하이브리드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요소를 둘 이상 뒤섞은 것으로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하이브리드 견종은 서로 다른 견종의 특성(업자의 주장에 따르면 ‘장점’)을 모두 가진 견종이다. 혼종(잡종)인 셈이다.
폼피츠는 포메라니안과 스피츠, 말티푸는 몰티즈(말티즈)와 푸들, 몰키는 몰티즈와 요키(요크셔테리어)가 각각 섞인 견종이다.
사실 하이브리드 견종은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동물인 ‘라이거’(Liger, 수사자x암호랑이)나 ‘타이곤’(Tigon, 수호랑이x암사자)처럼 ‘이종(異種) 교배’가 아니라 ‘이품종(異品種) 교배’다. 얼마든지 번식을 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라고 거창하게 포장해도 될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필자는 반려견을 키우는 데는 순종이든, 혼종이든 상관없다고 늘 주장해왔다. 어떤 개든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 같은 맥락에서 하이브리드 견종을 반려견으로 들이는 것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특별한 반려견, 최대한 작은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하는 반려인 심리를 악용하는 일부 업자의 행태다. 
포메라니안, 스피츠, 몰티즈, 푸들, 요크셔테리어…. 모두 짧게는 100년, 길게는 수백, 수천 년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인기 견종이다.
하나의 견종을 만드는 방법이 ‘혈통 고정’이다. 이를 위해 처음에 다른 견종끼리의 교배, 요즘 말하는 하이브리드 견종으로 출발해 여러 대를 내려오며 새로운 견종으로 확립하게 된다.
물오리를 사냥하던 대형견이었던 ‘스탠더드 푸들’을 소형화해 ‘미니어처 푸들’을 만들고, 다시 더 작은 ‘토이 푸들’을 탄생시킨 것이 좋은 예다.   
물론 폼피츠, 말티푸, 몰키 등이 앞으로 ‘신(新)견종’으로 자리 잡지 말라는 법은 없다. 브리더가 의욕적으로 혈통 고정을 하면 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어떤 견종을 만들 것인지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거질지도 모르는 문제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풍부한 지식과 오랜 경험도 보유해야 한다. 특히 원하는 방향과 어긋나게 태어나 탈락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동물 생명 윤리 의식’은 필수 불가결하다.
그런 것 없이 하이브리드가 잘 팔리니까 이 견종, 저 견종을 섞어 돈만 벌겠다는 생각이라면 또 다른 비극을 양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강아지는 모두 귀엽다. 하이브리드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이 성장했을 때도 입양한 사람이 기대하는 모습일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견종으로 ‘골든두들’이 있다. 호주에서 대표적인 안내견인 골든 레트리버가 털 알레르기가 심한 시각장애인에게 알맞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스탠더드 푸들과 합쳐 똑똑하고 털도 안 빠지는 안내견을 만들어냈다.
그런 골든두들을 요즘 국내에선 ‘미니 골든두들’이라며 판매한다. ‘미니’라고 붙인 것을 보면 어떤 의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골든 레트리버와 토이 푸들을 교배해 ‘소형화’했다는 얘기다. 미니 골든두들이 다 자랐을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함보다 우려가 먼저 든다.
유전적인 결함 문제는 차치하고 얼마나 자랄지, 어떤 성격일지 등 훗날 일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격성 있는 중대형견인 시베리안 허스키와 예민한 성격의 초소형견인 포메라니안으로 ‘폼스키’를 만들어 분양하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이미 망연자실한 상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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