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근<br>수의사·동물학박사<br>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지난 겨울, 이런저런 이유로 반려동물에게 소홀히 했다고 해도 이제는 좀 더 신경을 써줘야 한다. 더는 “추워서 안 된다”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반려동물에게 겨울보다 더 힘든 계절인 여름이 오기 전 건강을 최대한 끌어올려 줄 때가 바로 이 계절이기도 하다.
봄은 ‘예방의 시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먼저 ‘광견병’이다.
병명에는 ‘견’만 들어 있지만, 개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설치류(토끼, 쥐, 다람쥐, 햄스터 등)를 제외하고 개, 고양이는 물론 사람까지 등 모든 온혈동물이 감염될 수 있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다.
요즘 너구리 등 야생동물을 통해 반려동물이 이에 감염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우려된다.
생후 3개월 이상 댕이(반려견), 냥이(반려묘)라면 반드시 광견병 예방접종을 마쳐야 한다.
종합 백신도 접종해주자.
보통 생후 일 년 안에 반려견, 반려묘에게 종합 백신을 몇 차례 맞히고 나면 “이젠 다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해마다 한 차례씩 추가 접종해주는 것이 사랑하는 반려견, 반려묘에게 ‘건강’을 선물하는 방법이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먹이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건강히 뛰놀던 반려견, 반려묘가 어느 순간부터 숨을 헐떡거리다 극심한 고통 속에 끝내 숨지는 비극을 작은 약 하나, 아니 반려인의 관심으로 막아줄 수 있다.
각종 내외부 기생충도 함께 구제해야 한다.
예방접종을 하러 동물병원에 간 김에 수의사와 상담해 심장사상충 예방약이나 ‘구충제’를 사다 정기적으로 사용하면 된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앉아 반려견, 반려묘에게 찬찬히 빗질해주며 피부와 털 상태를 살펴보자. 겨우내 관리에 소홀히 했다면 바로 나쁜 영향을 받았을 부위이기 때문이다.
털이 많이 자랐는데 애견미용실에 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된다면 가위나 트리머를 사서라도 손질을 해주자. 특히 장모종의 경우 눈 주변 얼굴 털을 관리해주면 각막염 등 눈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발톱도 겨울철 실내에서만 지낸 탓에 마모되지 않고 너무 자라 속으로 파고드는 예도 있으니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너무 애지중지하다 보면 아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발톱을 차마 손질하지 못하다 ‘양 뿔’처럼 만들기고 한다. 어떤 것이 반려동물에게 더 좋을지 생각해보자.
날이 따뜻해질수록 반려동물도 활동성이 증가한다. 실내에서도 알아서 ‘운동’하는 반려묘와 달리 활동 반경이 상대적으로 넓은 반려견의 경우 실외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해야 더 건강해진다.
다만 반려견이 수개월 동안 바깥에 나가지 않았다면 외출 시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연약해진 발바닥이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 딱딱한 바닥과 바로 접촉할 경우 자칫 상처가 날 수도 있어서다. 길에서는 신발을 신게 하고 공원 잔디밭에서 맨발로 뛰어놀게 해 발바닥을 단련시킨 뒤 길을 걷게 하는 방법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
따뜻한 날씨에 오랜만에 밖에 나오면 반려견도 신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등 무리하게 움직이다 관절에 무리가 오기도 한다. 슬개골 탈골, 십자인대파열 등 수술해야 할 정도로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 ‘목줄’ 필요성이 부각되는 또 다른 대목이다.
반려견과의 외출 시 ‘5대 맹견’(로트와일러,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등 5개 견종과 그 잡종(혼종))에게 ‘입마개’는 필수다.
이들이 아니더라도 내 반려견이 다른 개나 사람을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거나 다른 개나 사람이 위협을 느낄 것 같다고 판단하면 미리 착용시키자. 궁극적으로 내 반려견을 지키는 방법이다.
봄에 놓쳐서 안 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반려견, 반려묘 암컷의 발정기라는 점이다. 이 시기에 가출하는 수컷 반려견, 반려묘가 부쩍 늘어나는 이유다. 후손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가급적 미리 중성화 수술을 해주자.
중성화 수술이 정말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문이나 창문을 잘 닫아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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