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근<br>수의사·동물학박사<br>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보통 추운 겨울이나 무더운 여름보다는 날씨가 온화한 봄, 가을이 반려동물을 새로 들이기에 가장 좋은 계절로 여겨진다. 올봄에도 역시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려는 예비 반려인이 많다.
요즘에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며 주인을 잃은 유기동물을 품어주자는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으나 아직 일반적인 반려동물 입양 방법은 ‘펫숍’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를 골라 구매하는 것이다.
요즘은 소비자 권리가 강조돼 정부도 반려동물이 구매 후 15일 이내 발병 또는 폐사하면 동종으로 교환 또는 환불받을 수 있도록 보호 조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와 관련해 적잖이 분쟁이 빚어지는 것을 보면 예쁘고 귀여운 아이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아이를 찾는 것이 먼저다.
그렇다면 어디서 분양을 받아야 할까?
견종, 묘종별 유명 브리더에게 가면 그가 직접 번식한 아이를 구매할 수 있어 믿을 수 있지만, 가격 부담이 커 쉽지 않다. 결국 양심적이고 성실한 펫숍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건강한 강아지, 고양이를 골라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고른 강아지나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가 건강검진을 받은 다음 아무 문제가 없을 때 구매를 확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매하지 않은 아이를 내 마음대로 동물병원에 데려갈 수는 없으니 일단 내가 엄선해 사고 나서라도 바로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소비자 권리를 보장받을 길일 것이다.
건강한 아이는 일단 코가 촉촉해야 한다. 코가 건조한 것은 열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고 일어난 직후라면 코가 말라 있을 수 있긴 하다.
눈은 맑고 초롱초롱해야 한다. 흐리거나 탁해서는 안 된다. 눈곱이 끼지 않았는지도 살펴보자.
귀에는 이물질이 없어야 하고, 냄새도 나지 않아야 한다. 입도 마찬가지다.
기침하는지도 세심히 지켜봐야 한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더라도 가볍게 목을 만지면 “캑”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당연히 피해야 한다.
항문 주위가 깨끗한지 관찰하자. 지저분할 경우 설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설사는 장염과 관련이 있다.
피부와 털에 윤기가 있는지도 보자. 거칠다면 문제다.
펫숍의 양해를 얻어 손으로 들어보자. 활발함이 느껴지는 아이를 택해야 한다.
식욕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잘 먹는 아이가 건강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다만 방금 밥을 먹고 난 다음이면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걸음걸이가 좋은 아이, 움직임이 팔팔하고 활기찬 아이 등을 눈여겨보자. 여러 마리가 함께 있을 때 잘 어울리지 못하고 구석에 혼자 있는 아이가 불쌍하다며 동정심에 택하는 일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성격이 약할 수도 있지만, 건강하지 못한 경우 그러기 쉬운 탓이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암수 성별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간혹 암컷이나 수컷으로 여기고 키우다 한참 뒤 다른 성별이라는 것을 알게 돼 당황스러워하는 반려인도 있어서다. 특히 고양이는 개보다 성별을 구분하기 어려워 그런 실수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고양이의 경우 “까칠한 것이 매력”이라고도 하나 분양 당시 사람에게 다분히 공격적인 아이라면 삼가는 것이 옳다. 강아지보다는 아니더라도 성격이 부드럽고,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가 키우기에 알맞다.
자녀와 달리 반려견, 반려묘는 내가 원하는 아이를 고를 수 있다. 이는 자녀를 낳는 것보다 내 책임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 번 들이면 15~20년 동안 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반려동물이다. 부디 서두르지 말고 신중히 골라 반려 생활 첫발을 잘 내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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