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도 해솔 길 여길 왜왔니 왜왔어
구봉도 해솔 길 여길 왜왔니 왜왔어
  • 경기매일
  • 승인 2021.04.06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지난 어느 날 구봉도 해솔 길을 따라 걸었다. 구봉도 해솔 길은 오이도에서 시화호 제방을 건너 대부도 남북으로 간통하는 찻길 따라 5분여 가다 우측에 음식점이 있다. 한 음식점 처마 끝과 벽에 기다랗게 ‘배터지는 집’이라는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간판만 보아도 허기가 사라져 버린다. 배가 풍만해 진다. 실내로 들어서면 배터지는 집이라기보다 손님이 터지는 집이다. 막걸리 술도 공짜다. 알아서 퍼 먹으라 항아리에 가득 담아 놓았다. 무엇이 터져도 터지는 집이다.
그 집은 불황 같은 것 모른다. 지난해도 엇 그제도 오늘도 손님이 터져 주인은 돈더미에 묻혀 돈벼락을 얻어맞아 얼굴이 누렇게 돈색이 돼 있다. 세종대왕으로, 신사임당으로, 율곡 선생으로 얼굴을 뒤덮고 있다. 손님은 배가 터지고 주인은 돈에 얼굴이 터져 눈퉁이 가 밤텡이가 됐다.
그 집에서는 동동주가 상머리를 기웃거리고 돌아다닌다. 한사발도 좋고 한 주전자도 좋다. 배터지게 갔다 먹어도 주인은 싱글벙글, 돈은 싫다한다. 술값 안 받는다. 대신 배가 터져도 책임 안 진다. 고 한다. 
그 집에서 칼국수에 한 끼 식사를 하고 우측 찻길을 따라 2Km 남짓 자동차로 굴러 가다 보면 구봉도 해솔 길이 눈 안으로 안긴다. 
바다체험 장을 지나 바닷물위에 우뚝 솟은 바위 둘이 마주보고 있다. 그 바위를 바라보며 걸었다. 할매가 고기잡이 나간 할배를 기다리다 지쳐 허공에 기대 비스듬히 서서 졸다. 깊은 잠이 들어 할배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있자 그것을 보고 할배도 함께 잠이 들었다. 할매 바위와 할배 바위가 정을 가득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부나 파도가 따귀를 후려치나 그저 묵묵히 서있다.
짓궂은 갈매기 한 마리가 할매 머리에 앉아 할배가 옆에 서서 잠이 들었어요.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른다. 기척을 하지 않자 화가 났는지 할매 이마에 똥을 지르르 갈겨 된다. 이마에서 흐르는 똥을 보고 우스웠는지 깔~깔~ 까르르 까르르하며 할매 뒤통수를 두 날개로 번갈아 갈기고 하늘 높이 날아간다. 그래도 할배는 코만 드릉드릉 곯는다. 할매와 할배를 뒤로하고 눈을 돌리니 멀리 개미허리 아치교가 바라다 보인다. 
구봉도 해솔 길이 세계적인 미항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나폴리 항을 연상케 했다. 육지와 섬을 잇는 제방을 건너 송림야영장을 지나 섬의 좌측을 향해 걷는 해솔 길은 나폴리의 겉모습과 흡사하다.
서해 먼 바다에서 영흥도 사이를 뚫고 밀려드는 파도는 쏟아 붓는 폭탄에 불바다가 된 도심의 화염처럼 물보라가 지는 햇살을 머금고 바닷가 방파제를 치고 부서진다. 
그 소리 굉음처럼 일봉, 이봉, 구봉을 넘어 가깝게는 대부도를 스쳐 안산과 멀리는 송도 넘어 인천공항에 이를 듯하다. 저 멀리 송도와 눈 맞춤을 하고 있는데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곳에서는 하늘과 바다가 포옹을 하고 새빨간 피를 토하고 있다. 석양 노을이 그 광경에 혼이 빠져 물끄러미 핏빛 바다만 바라다보고 있는 순간 어둠이 등을 툭툭 치며 어서 가라고 내쫓아 발길을 돌렸다.
개미허리 아치교에서 한 시름을 털어버리고 돌아 능선을 감고 천영물 약수터에 이르는 길목에 털복숭아와 분홍색 꽃망울로 길손의 발길을 잡아 세우는 노루귀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이식물이자 구봉도의 대표 식물과도 같은 노루귀의 아름다운 꽃을 담기 위해 봄이면 올망졸망 사진기를 걸머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를 않는다.
낭만의 섬 구봉도, 지는 해를 쫓아 걷는 해솔 길, 멀리 바라다 보이는 송도, 그 너머로 연평도와 백령도 더 멀리는 압록강 어귀 단동과 신의주가 아슬 하게 머리를 스친다. 멀리 서해에서 밀려오는 파도에 쫓겨 발걸음을 재촉하는 바지락 줍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런 구봉도 한번 쯤 발품을 팔만한 곳이다. 
숲과 바다가 입맞춤한 구봉도 해솔길은 언제 걸어도 아름답다. 그래서 찾았다. 그런 내게 여길 왔니 왜왔어 라니? 구봉도는 언제 봐도 가슴속 깊은 곳에 영원히 간직할 한편의 추억을 만들 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