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규제로 인해 앞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건설사들도 최근 앞 다퉈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요.”
최근 중견 건설사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리모델링 사업에 대형 건설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로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는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고, 1기 신도시 내 리모델링 수요까지 겹치는 등 사업 확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아파트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 이상이 지나고, 안전진단에서도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이 지나면 가능하다. 안전진단도 수직증축은 B등급, 수평증축은 C등급을 받으면 된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은 관련 기준이 낮아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기부채납이나 초과이익환수 등 규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이런 와중에 분당, 일산, 산본, 평촌 등 1기 신도시가 입주 30년 차를 맞으면서 리모델링에 관심을 보이는 단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1기 신도시의 경우 용적률이 높은 편이라 리모델링 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해 2월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솔마을 5단지가 1기 신도시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도 했다.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올해 30조 원에서 2025년 37조 원, 2030년에는 44조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최근 대형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사업에 다시 뛰어들기 시작했다. 대우건설은 쌍용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가락쌍용1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대우건설의 리모델링 사업 입찰 참여는 약 12년 만이다. 삼성물산도 다시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들었다.
리모델링 사업을 꾸준히 해 온 쌍용건설을 비롯해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도 리모델링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다만 리모델링의 경우 공사비가 많이 들고,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정비사업을 고민하고 있는 단지에서는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증축에 한계가 있어 일반분양이 거의 없다. 사업성이 낮은 부분이 가장 큰 한계”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아파트 리모델링은 1990년대 이전에 건설된 중층 아파트가 대상”이라며 “90년대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적거나 없는 곳도 있어서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골조만 남긴 뒤 다시 공사를 하게 되면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리모델링은 저비용으로 가능한 경우나 재건축이 여의치 않을 때 차선으로 선택하는 것”이라며 “리모델링은 기본 골조는 그대로 두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에 비해 건물 수명이 더 길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200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는 20층대도 많고, 지하주차장도 잘 돼있는 곳이 많아서 향후 10~20년 뒤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관련 시장이 조금 더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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