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떠억 망개~떠억에는 두음과 비음이 있다 찹과 망을 외칠 때는 어리광 부리듯 비음의 중저음으로 숨을 내뱉고 쌀과 개는 고개를 한껏 치키며 정수리까지 올린 음을 내지르듯 하고 각각의 떡은 다시 비음으로 꺾어 버린다
물위를 헤엄쳐 가는 오리 비음 한입 먹이로 쪼고 고개 치켜올려 두음으로 먹이를 삼키려는 꼴이 역시 꼭 오리의 몸매
뒤뚱거리는 걸음은 느릿하지만, 열심히 씰룩이는 궁뎅이는 역시 오리 궁뎅이 가로등 불빛에 반짝 드러났다가 꺼져간다
어둠 속은 잠잠하다 사람들은 모두 술에 절여졌거나 떠드는 소리에 지쳐 있다 찹쌀떡 장사의 높은 목청이 골목골목 떡을 켜 들어도 창문만 바람에 덜컹거릴 뿐,
밤의 골목은 동아줄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간간이 지나가는 바람에 망개잎으로 싼 찹쌀떡 몇 개 펼쳐 보였지만 하릴없는 눈발만 하나 둘 내려앉기 시작한다
하늘 한번 보고 땅 한번 보는 계절의 반복 사이 한 번도 그를 불러 찰지고 달콤한 복떡이 쌓인 나무가방 열게 한 이 없고 골목을 맴맴 도는 오리 열심히 뒤뚱거리는 오리걸음만 있는,
찹쌀떡과 망개떡 사이
상록마녀
-하루가 하루로 하루를
- 기자명 경기매일
- 입력 2021.04.15 15:30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