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근<br>수의사·동물학박사<br>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지난주 ‘길냥이와 10년 넘게 살아보니… ’ 칼럼에서 반려묘 ‘갸릉이’와 보낸 10여 년의 이야기를 살짝 소개했다.
여기서 필자는 “갸릉이는 생후 4개월이 됐을 때쯤 ‘중성화 수술’, 생후 8개월에 ‘항문낭 제거 수술’을 받았다. 사람과 20년 가까이 반려 생활을 할 준비를 모두 마친 셈이다. 중성화 수술은 결혼을 시키지 않을 거라면 반드시 해주는 것이 좋다. 항문낭 제거는 악취가 발생할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니 가능하면 해주자”라고 언급했다.
이후 필자에게는 문의 메일이 쏟아졌다. “항문낭을 꼭 제거해야 하나요?” “제가 다니는 동물병원에서는 항문낭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고 하던데요?” 등 궁금해하는 독자가 많았다.
반려묘 중성화 수술에 대해 의문이나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없었다. 10여 년 전 한 칼럼에서 ‘고양이 중성화 수술 필요성’을 역설하자 일각에서 “불필요한 중성화를 강요한다”고 필자를 맹비난했던 것과 180도 달랐다.
아마 지난 시간 국내에도 ‘집사’가 늘어나면서 ‘고양이를 위해서라도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 한다’고 인식한 분이 훨씬 많아지고, 대체로 당연하게 수술이 이뤄지는 데 따른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달리 항문낭의 경우 제거 수술이 있는지도, 해주는 것이 왜 좋은지도 모르는 집사가 아직 많은 것 같다. 국내에서 지난 몇 년 새 반려묘 붐이 갑자기 일면서 집사는 많아졌으나 해외와 달리 정보나 지식이 부족한 탓으로 보인다.
야생에서 고양잇과 동물은 다른 개체에게 자신의 영역을 알리기 위해 서식지 곳곳에 분비물을 묻혀놓는다. 그럴 때 사용하기 위해 이를 모아놓는 곳이 항문낭이다.
고양이가 수천 년간 인류와 반려 생활을 해왔으니 이런 ‘야생성’도 퇴화돼 없어져야 하는데 여전히 있디는 것이 문제다.
개에게도 항문낭이 있다. 개는 그곳이 분비물로 가득 찼을 때 이를 비우기 위해 엉덩이를 바닥에 끌고 다니는, 일명 ‘스키’를 탄다. 반려인이 이런 모습을 목격하면  항문낭을 바로 짜주면 된다.
고양이도 스키를 타기도 한다. 역시 바로 짜주면 된다.
다만 개는 사실상 ‘바닥 생활’을 하면서 스키를 타는 것이 전부지만, 고양이는 높은 곳에도 마음대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다르다.
반려인 눈에 띄지 않는 높은 곳에 항문낭을 비벼 분비물을 묻혀놓으면 그때부터 어딘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이런 일이 지속하면 특이한 냄새가 집안에 배이게 된다. 심할 경우 반려인 옷에서도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냄새만 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바닥이나 소파, 가구 등에 항문낭을 문지르다 자칫 항문낭과 그 주변이 찢어지는 열창이 일어나 출혈, 감염 등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문낭을 주기적으로 짜주면 된다. 그러나 반려묘가 싫어한다고 포기하거나 심하게 짜다 스트레스를 주는 일도 벌어진다.
그래서 항문낭을 아예 제거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수 있다. 중성화 수술을 할 때 한 번에 해줘도 되지만, 갸릉이처럼 중성화 수술을 해주고 몇 달 뒤에 따로 해줘도 무방하다.
수술 시간은 20~30분가량 소요한다. 그만큼 간단한 수술이다. 물론 수술에 자신 있는 수의사가 집도하는 경우 그렇다. 익숙지 않은 경우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필자는 수천 건을 해와 이를 5분 안에 마친다.
일부에서는 “항문낭 제거 수술을 하면 항문 괄약근을 건드린다”며 반대하기도 한다. 완전히 잘못된 정보다. 부위 자체가 다르다.
과거 중성화 수술을 무조건 반대한 것처럼 “고양이 영역 표시를 막으면 안 된다”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분에게는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할 동물을 왜 집에서 키우느냐?”고 되묻고 싶다.
중성화 수술처럼 일반화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하다고 느끼는 집사라면 한발 앞서 항문낭 제거 수술을 선택해 사랑하는 반려묘와 더욱더 행복한 반려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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