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안산시내 한 유흥주점 방 안 테이틀에 차려진 술과 안주.
▲ 경기 안산시내 한 유흥주점 방 안 테이틀에 차려진 술과 안주.

 

“엘리베이터에 적힌 사장님 전화번호를 보고 따로 연락해온 예약손님만 비상문으로 몰래 들여보냈죠?”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40분께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한 유흥주점.
건물 비상계단을 따라 2층에 위치한 철제 출입문 앞에서 경찰과 구청 공무원 등 합동단속반 13명이 “빨리 문 여세요”라며 “쾅쾅” 소리가 나게 문을 두드리며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잠시 후 출입문 안 쪽에서 “철컥” 문 여는 소리와 함께 가게 문이 열리고, 미리 대기 중이었던 단속반이 가게 안으로 급습하자 당황한 기색의 종업원과 손님들이 보였다.
화재 시 비상통로로 쓰이는 이 출입문 뒷편에는 문 밖에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액정 모니터가 달려 있었다.
특히 손님이 술값을 정산하는 계산대에는 가게 내부는 물론 상가 건물 1층 복도와 건물 밖 거리까지 볼 수 있는 모니터도가 설치돼 있었다.
397㎡(120평) 규모에 총 10개 방이 조성돼 있는 이 유흥주점은 이날 6개 방에 손님을 받아 영업 중이었다.
이날 가게 내부에는 손님과 종업원, 여성 접객원을 포함해 총 33명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상가 엘리베이터에서 가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의 이 유흥주점은 건물 밖에 설치돼 있는 간판 불을 꺼놓고 셔터문을 내린 뒤 비상문을 통해 예약한 손님만 받는 형태로 영업을 벌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엘리베이터로 2층에 올라왔던 손님들은 셔터문에 부착돼 있는 휴대전화번호로 연락하면 유흥주점 관계자가 건물 1층으로 내려가 찾아온 손님을 확인한 후 가게 안으로 몰래 들여보내는 방식이었다.
손님이 들어가 있는 방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는 소주와 맥주병을 비롯해 각종 안주가 차려져 있었다.
천장에 환기구가 보였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흡연이 이뤄지면서 실내에서는 담배 연기와 냄새가 자욱했다.
일부 손님은 단속반에게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적발돼 이를 고지받는 와중에도 마스크를 턱에 내린 채 꺼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가게 사장과 종업원, 손님들은 단속반이 방역수칙을 어긴 점을 알리자 대체로 별다른 저항 없이 위반한 점을 시인했다.
이날 단속된 유흥주점 대표는 “생업 때문에 열었다”며 “한 달에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포함해 1000만 원이 넘게 들어간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도경찰청 산하 31개 경찰서 및 자치단체와 함께 코로나 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유흥업소 등을 대상으로 일제 단속을 벌여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총 28개 업소 210명을 적발했다.
이번에 단속된 불법 업소를 유형별로 나누면 유흥업소 11개소, 노래연습장 14개소, 무허가 유흥업소 등 3개소가 걸렸다. 죄종별로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17개소, 음악산업진흥법 위반 11개소를 단속했다.
단속된 인원별로 분류하면 업소 업주가 28명, 종업원은 73명, 손님은 109명이 적발됐다.
같은 날 오후 11시께 수원시 인계동 유흥가에서는 모텔 객실을 이용해 불법 유흥주점 영업을 하는 업소도 단속됐다.
한 객실에서는 만취한 남성이 단속반이 들이닥친 줄도 모르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 있었으며, 한 여성은 화장실로 몸을 피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단속을 위해 도경찰청 풍속팀 및 경찰서 생활질서계 단속 전담 경찰관 167명과, 자치단체 공무원 87명 등 모두 254명을 동원했다.
경찰은 단속에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등을 이용해 암암리에 손님들을 모으는 유흥업소 등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고, 사전 현장 답사를 통해 단속의 효과성을 높였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서울과 부산 등 유흥업소를 통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늘면서 전국적으로 코로나 19 확산세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경기남부경찰은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경찰청과 산하 31개 경찰서에서 가용할 수 있는 치안력을 총동원해 불법 영업이 근절될 때까지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안산 =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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