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에서 아동학대로 세상을 떠난 어린이가 1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인이 사건’ 등 이목이 집중된 사건 말고도 수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무책임한 폭력에 생명을 빼앗겼다.
어린이날인 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7년 7098건, 2018년 8387건, 2019년 9978건으로 매년 1000건 이상씩 늘다가 지난해 9824건으로 주춤한 상태다.
이 가운데 학대 판정을 받은 경우는 2017년 5081건, 2018년 6081건, 2019년 7882건, 지난해 7654건 등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0건 이상의 학대가 발생했다.
신고나 학대 판정 건수의 증가 추세는 멈춘 반면 도내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는 2018년 6명, 2019년 9명, 지난해 18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외부 활동으로 신고는 줄었지만, 더 많은 아이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만3~6세 가정보호 아동을 대상으로 전수 안부 조사를 진행했다. 기존 보건복지부 ‘e아동행복지원사업’ 점검 대상인 만 3세에 4~6세까지 확대해 조사한 것이다.
조사 결과 3명은 학대가 의심돼 조치하고, 14명은 복지서비스에 연계했다. 나머지 4만9700명은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2차례에 걸쳐 고위험군 아동 대상 도교육청·경찰청·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합동점검도 했다. 학대 당하는 아이 7명을 찾아냈고, 21명은 복지서비스에 연계했다. 1374명은 안전했다.
도는 합동점검 정례화를 위해 이달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아동학대를 받은 아이들이 머무는 시설확충에도 힘쓴다. 현재 도내 아동일시보호소는 안양(정원 70명)과 의정부(정원 40명)에 2곳뿐이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수원·성남·안산·화성·광주·용인·평택·시흥·고양·남양주·의정부 등에 13곳이 있으며, 정원은 모두 합쳐 90명이다.
3월30일부터 연 2차례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아동을 부모와 떼어놓는 ‘즉각 분리제도’가 시행됐지만, 분리된 아이들이 머물 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도는 올해 학대피해아동쉼터를 15곳 추가 설치할 방침이다. 8곳에 대한 예산을 확보했으며, 나머지 7곳에 대해서도 복지부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수천 건에 달하는 아동학대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수조사나 신고를 통해 아동학대를 발견한 뒤 학대받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혜정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코로나19로 외부와 단절되면서 학대를 가하는 입장에서는 아이가 학대당한 것을 노출할 기회가 없어지니 드러날 걱정 없이 학대를 가한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푸는 등 마음 놓고 학대할 수 있는 상황이 생겨 끔찍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는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구체적인 지원이나 예산 편성 등은 부족산 실정”이라며 “학대받은 아이와 부모를 분리해 보호하겠다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아동학대 사건으로 아이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동학대 사건에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사망에는 예측요인이 없다. ‘아이들은 우연히도 죽을 수 있다, 아동학대로 아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어른들 눈에 사소해 보이는 아동학대 사건을 더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내가 하면 훈육, 남이 하면 학대’라는 ‘양육 내로남불’이 많다. 심각한 아동학대만 드러나니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부모로서 하는 행위에 학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부모 됨’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부모교육도 필수적인 부분이며, 해결 방안은 예방뿐”이라고 강조했다.
유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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