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근대성은 문화/자연, 사회/자연, 혹은 인간-주체/비인간-객체 사이의 구분이란 이분법적 구상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이런 근대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정치철학은 국경을 넘어서는 정치적 쟁점들, 특히 생태 문제, 전염병 문제, 이주 문제 등과 관련된 쟁점들을 다루는 데 필요한 이론과 해결책을 결코 제시하지 못한다.
이들 정치철학은 정치가 전적으로 인간 행위자들의 영역에 속한다고 상정하고서 시민과 국민국가 사이 권력관계 분석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사변적 실재론과 객체지향존재론의 주창자인 저자 그레이엄 하먼의 ‘브뤼노 라투르 : 정치적인 것을 다시 회집하기’는 사회과학계에서 슈퍼스타가 된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브뤼노 라투르의 진화하는 정치철학에 관한 선구적인 해설서이면서 객체지향 정치학을 발전시키려는 실험적 시도다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라는 책의 제목이 명시적으로 나타내는 대로, 라투르는 서구의 근대적 이항 구조에 바탕을 둔 세계상이 실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한낱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세계는 인간과 비인간이 동맹을 결성한 회집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줄곧 견지하고 있다.
라투르의 정치는 언제나 ‘코스모폴리틱스=코스모스+폴리틱스’이기에 라투르의 정치철학은 자연과 과학, 정치가 서로 관련된 방식을 재정립하고자 한다.
이전의 저작 ‘네트워크의 군주’에서 시도한 대로, 브뤼노 라투르를 본격 철학자로서 고찰한 저자는 이 책에서 존재론과 정치철학의 관련성에 의거하여, 라투르의 사상적 단계를 세 단계로 구분하며 초기 라투르, 중기 라투르, 후기 라투르를 각각 대표하는 세 가지 저작, 즉 ‘프랑스의 파스퇴르화’, ‘자연의 정치’, ‘존재양식들에 관한 탐구’를 정치철학적 견지에서 주의 깊게 검토한다.
라투르의 정치철학과 관련하여, 마키아벨리, 홉스, 슈미트 같은 대표 정치철학자들을 비롯하여 푸코, 지젝, 울리히 벡, 샹탈 무페 등의 정치 이론에 대한 흥미로운 논평도 제시된다. 김효진 옮김, 432쪽, 갈무리,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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