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이차전지에 대한 전략 발표를 앞두고 업계 의견 수렴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수요 확대에 힘입어 국내 이차전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정부도 함께 뛰며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세액공제율 대폭 확대 등을 기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6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달 중 이차전지 분야의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차전지 산업 발전 전략’(가칭)을 수립해 발표한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조만간 이차전지 주요기업과 소통할 기회를 갖는데, 이 자리에서 현장의 의견과 건의사항 청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략에는 배터리 산업의 기술개발 지원, 생태계 고도화, 전문 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지원안이 두루 담길 전망이다.
지난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 버금가는 종합 지원책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고성능·저가격·고안전 기술확보 경쟁과 공급망 관리 등에서 앞서나가고, 산업기반 강화와 생태계 전반의 협력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전지산업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2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는 전년 대비 1.12배 늘어난 142.8GWh(기가와트시)로 집계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 공급량은 49.4GWh로 34.6%의 점유율을 기록해 중국(37.6%)의 뒤를 이었다.
글로벌 전지기업 주요 5개사의 점유율은 2019년 67.9%에서 2020년 77.2%로 늘며,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주요 기업에 의한 집중도는 더 심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CATL의 공격적인 증설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중국을 벗어나 유럽 등 시장 진출에도 본격 드라이브를 건 상황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생산능력 확충, 기술개발, 가격경쟁력 제고, 전기차 업체와의 폭넓은 제휴 확대 등이 필요하단 분석이 나온다.
관련 업계는 그동안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경쟁 환경이 심화해 정부도 보조를 맞춰 빠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미(對美) 투자 계획을 밝히며 미국 주도 공급망에 올라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발표한 신규 투자 규모는 약 140억 달러에 달한다. 양사는 각각 GM, 포드와 합작키로 하며 동맹도 공고히 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 내 수요 기반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기술 자립에 대응할 필요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미국이 중장기적인 자국 생태계 구축 노력으로 자립화에 성공하면, 국내 기업은 더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차세대 이차전지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변수에 대응할 근본 해법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이차전지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수준의 세액공제율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차전지는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기술’로 분류된다. 신성장·원천기술의 경우 대기업 기준 연구·개발(R&D)비는 최대 30%까지, 설비투자 비용은 3%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한국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차세대 전지 시장을 선점하는데 가속이 붙을 수 있도록 이차전지 관련 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신기술과 경제성을 모두 확보하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를 합쳐도 중국 CATL의 점유율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전략적으로 차세대 기술 확보 지원에 나서며 국가적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성 또한 수반돼야 한다”며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낮아져야 내연기관차 및 해외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이차전지산업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행한 ‘미래전략산업브리프’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이차전지산업은 원자재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다변화 및 재사용 등 수단을 적극 활용해 공급망 안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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