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사랑받았던 기억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지 누가 아느냐.’ 지금 제가 받는 사랑이 아마 그럴 것 같아요. 감사하면서 살 것이고 잊지 않을 겁니다.”
 

배우 박보검(23)은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는 엄청난 관심에 대해, “과분한 사랑, 더 노력하면서 연기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모든 질문에 마치 모범답안이라도 준비해놓은 듯 답했다. ‘박보검은 착하다’라는 이미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정직하고 떳떳하게, 당당하게 살면 된다”고 했다. 큰 인기로 인해 앞으로 배우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 것 같냐는 물음에는 “믿음 잃지 않고 중심 잘 잡고 가면 될 뿐”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임예진, 연출 김성윤·백상훈)은 ‘박보검 드라마’였다. 박보검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이 작품은 특별할 게 없는 작품이 됐을지도 모른다. 드라마는 퓨전 로맨스 사극의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했지만 박보검의 매력 덕분에 올해 하반기 가장 크게 성공한 작품이 됐다(최종회 시청률 22.9%).
 

박보검은 천진난만한 성격의 세자 ‘이영’이 온갖 어려움을 겪고(당연히 사랑을 이루는 데도 성공한다) 왕의 자리에 오르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전까지 주연작 한 편 없는 이 신인배우는 이번 작품으로 김수현(‘해를 품은 달’), 송중기(‘태양의 후예’)를 이을 차세대 드라마 스타가 됐다. 지난 19일 경복궁 홍례문 광장에서 열린 그의 팬사인회에는 3만여명의 팬이 몰리기도 했다.
 

“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이제는 너무 많아져서 기억하는 데도 한계가 있네요.(웃음) 한 분 한 분 눈 마주치며 인사하고 싶은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려는 마음이 생기긴 해요. 저로 인해 다른 분들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경복궁 행사 때 알았거든요.”
 

첫 주연작이었음은 물론이고 첫 사극이었다. 그럼에도 박보검은 신인배우들이 흔히 겪는 ‘연기력 논란’ 같은 말과 엮이지 않았다. 뛰어나지는 않아도 그의 연기는 최소한 극과 배역에 어울리는 것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박보검에 대해 ‘흠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가 티끌 같은 존재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첫 주연을 맡고 초반 촬영 때에는 주연 배우로서 극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게 큰 착각이었죠. 드라마는 제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니까요. 배우들과 감독님, 스태프들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한마음 한뜻으로 만들어 가는 거라는 걸 알았어요. 그러니까 부담이 줄더라고요.”
 

그는 이어 “지금 했더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장면들이 물론 있다”면서도 “최선을 다했고 큰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하는 건 없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구르기 그린 달빛’은 끝났고 연예계 관계자들의 관심은 박보검이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고르게 될지에 쏠려있다. 박보검은 “주변 분들과 상의해서 제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고를 생각이다. 흔들리지 않고 정직하고 당당하게 내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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