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단향<br>경북 군위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집『고욤나무』상록마녀, 상록객잔, 디지북스 작은시집 선택을 냈고 2012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하였다. 2017년 12월 <우리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신단향
경북 군위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집『고욤나무』상록마녀, 상록객잔, 디지북스 작은시집 선택을 냈고 2012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하였다. 2017년 12월 <우리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사과나무 가지 사이 햇살이 꽃망울 터트린다
사과꽃잎이 노을과 장난칠 때 
동네 아이들 얼굴에도 사과꽃망울이 팔랑거린다 
풍선 같은 오월의 풋 햇살이 둥실 가지에 걸리면 
사과 맛에 침이 돌고 유월의 햇살은 꽃잎 진 자리마다 
사과풍선을 익힌다 
    
사과가 익는 동안 아이들은 
자치기놀이로 웃음꽃을 피우고
위천수 냇물은 느린 몸짓으로 아이들을 품는다 
맨살 바람이 내를 건너 물속 피라미와 놀면
아이들은 조약돌을 집어 물수제비 띄운다 
늙은 사과나무 베어진 둥치에도 새순이 돋고
부푼 사춘기의 젖망울이 블라우스 위로 도드라지면
초경의 자궁 속에도 사과가 익는다 
    
적과로 솎아낸 사과가 장맛비 흙속에 묻힐 때쯤 
원두막 빈 방엔 사과 향기가 풋풋하고
달빛이 와장창 쏟아지는 밤이면 
사과 서리에 치마폭이 열리기도 한다 
    
사과꽃 피는 계절 
갈비뼈 드러난 늙은 바람이 낙과를 굴린다
흩어진 사과꽃 아이들이 노을 속에 들어가 있다
불도저가 조금씩 과수원을 갉아먹으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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