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김부겸 총리는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과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며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상처 입은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훔쳐오고 싶은 심정" 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박정일 공인중개사 정책전문가 AI Creator
박정일 공인중개사 정책전문가 AI Creator

정부는 27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결과는 처참(處斬)하다.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과천청사 용지 주택 공급 백지화 등 추진하던 수도권 도심 내 신규 택지 공급 계획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임대차3법이 촉발한 전세 값 폭등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전세 값 폭등이 재현되며 매매 값도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정부는 실거주 규정이나 임대차 3법 등 부작용이 명백한 법과 정책은 다시 들여다볼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에 편승한 '영끌', '빚투'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하고 집값 버블은 위험 수위로 치닫는 등 금융 불균형은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부동산 정책이 왜 이렇게 시장의 신뢰를 잃었을까. 이유는 명백하다.

첫째, 무능(無能)이다. 정부가 집값을 계속 띄우는 정책을 내놓다 보니 집값은 계속 오르게 된 것이고 정책 책임자와 관료의 무능이 부동산 정책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은 것이다. 성과도 내지 못하는데 모든 정책을 왜 기재부에서 하나. 대한민국은 기재부 나라가 아니다.

​둘째, 원인 분석 실패다. 집값 상승 원인을 투기꾼, 글로벌 유동성, 1인 가구 증가, 공급부족, 전(前) 정부 때문이라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폭등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 4년간 남 탓만 하다가 이지경이 됐다.

​셋째, 부동산 정치다. 부동산을 정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을 정치로 봤다. 부동산을 정치로 보는 순간부터 접근법, 대책 모두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으니 해결책을 못 찾고 부동산 늪에 빠지게 된 것이다.

​넷째, 세금 정치다. 정부의 부동산 국정 핵심기조는 ‘부동산을 주거 안정 및 실수요자 보호’였다. 하지만 현실은 세금으로 옥죄는 세금정치에 몰두했다. 세금정치는 선거에서 필패(必敗)다.그 결과가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증명됐다. 내년 대선과 지자체 선거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다섯째, 우왕좌왕(右往左往) 정책이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이 그 때 시장 현황에 맞춰 땜질식 대책으로 일관하다보니 애초에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대표적 사례가 임대사업자 혜택시행과 폐지다. 전·월세 상한제, 임대차3법 강행 등 일일이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마디로 디테일이 부족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데 말이다.

여섯째, 무책임과 내로남불이다.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는 정책 당국자와 건설업체 관계자와의 검은 카르텔, 개발 정보 입수로 돈만 벌겠다는 도덕적 해이(解弛), 나만 잘살면 된다는 내로남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심리를 헤아리지 못했다. 부동산은 심리다. 부동산 심리는 현장에서 빠르게 변하는데 대책은 항상 뒷북만 치고 탁상공론을 우격다짐으로 추진했다. 정책 담당자 중에 심리 전문가 없다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

​이제 국민은 부동산 정책은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쓴다 해도 곧이 듣지 않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집값을 잡으려면 지난 12월 국토부 수장을 잘 뽑았어야 했다. 인사가 만사(萬事)인데 결국 인사가 망사(亡事)가 됐다.

​집값은 어느 한 가지에 따라 오르지 않는다. 다양한 경제·심리적 요인, 시중의 유동성, 금리 등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그렇다면 부동산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그냥 시장에 맡겨라. 지난 4년 간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 놓고 임기 말에 부동산을 잡겠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솔직히 늦어도 한 참 늦었다. 현 정부는 부동산을 잡을 타이밍을 놓쳤기에 그냥 시장에 맡겨 두면 된다. 종부세나 양도세 정책도 여러 논란만 야기할 뿐 시장 안정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금리를 올리든 안 올리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세금과 금리로 이제는 부동산을 잡지 못한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정부 출범 전 가격으로 돌리기 위해선 지금까지 시행한 모든 정책을 되돌리면 되지만 불가능하디. 그래서 그냥 놔두라는 것이다.

​둘째, 부동산 연착륙은 차기정부 몫이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어차피 부동산은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다. 역대 정부 부동산 동향을 살펴보면 오름, 내림이 반복 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종부세 도입·실거래 신고 의무화·DTI 도입·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도입 등으로 규제를 강화했지만 폭등했다. 이명박 정부는 고가주택 기준 상향·규제지역 해제·세금규제 완화·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통한 규제완화로 안정화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양도세, 취득세 면제·LTV, DTI 규제완화·재건축 연한 완화·공유형 모기지 확대 등 규제완화로 가격이 하락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규제지역 확대·신DTI, DSR 도입·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부활 등 규제강화 정책을 쏟아 냈지만 폭등했다. 정권 교체 때마다 규제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차기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내년 대선이 부동산 버블이 일시에 터지지 않고 연착륙 시켜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셋째, 부동산 심리(心理)를 안정시켜야 한다. 심리가 부동산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부동산 심리란 가치(Value)다. 가치는 심리에서 출발한다. 가치는 개개인의 욕구에서 형성되며 객관화된 것이 가격이다. 부동산 심리란 효용과 만족감이며 욕망·욕구다. 여기서 욕망은 강남에 거주한다는 지역적 신분을 말한다. 조선시대 양반 비율은 1.9%였는데 서울 강남에 살면 신분 상승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너도 나도 강남으로 모여들고 살고 싶기에 강남 집값이 폭등하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 소유는 바로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며 희소성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심리인 군중심리효과·더 큰 바보 이론·후방거울 효과·의존효과를 막지 못한 것이 패착(敗着)이다. 부동산 정책 입안에 심리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넷째, 넌 제로 섬게임(Non Zero-Sum Game)이여야 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다. 토지와 건물은 한정되어 있다. 교통 인프라가 좋고 살기 편안 곳은 정해져 있다. 집을 지을 토지는 고정되어 있다. 누구나 도심에 살고 싶어 하기에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경쟁에서 이기는 교육을 받았기에 남의 것을 뺐어야 내 것이 되는 그런 사회에서 살아온 것이다. 부동산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넌 제로섬 게임이 돼야 한다. 

​다섯째, 지역균형발전 정책 추진이다. 수도권에 전 국민 50%가 모여 살고 있다.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켜야 한다. 왜 이렇게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는 것일까. 살기 좋은 인프라가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많고 교육과 의료 혜택을 받기 쉬운 환경이 갖춰져 있어서다. 대기업 본사, 대학과 대학병원은 왜 꼭 서울에 있어야 할까. 지역균형발전을 해야 더불어 잘살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자체 개발 펀드 조성으로 부동산 투기 수요를 지방 관광 개발로 유도해야 한다.

​여섯째, 공급의 다양성이다. 국민의 욕구는 다양하다.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4인 가구 기준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고 난리다. 절대 그렇지 않다. 인구는 감소하고 1인 가구는 늘어나는데 공급을 많이 했다고 집값이 폭락하면 어떻게 하나. 아무도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현 상황만 보고 판단을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입안을 해야 한다. 현재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 간다고 아파트를 수십 층 올리면 30∼50년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허물고 재건축할 것인가 철거할 것인가, 환경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일곱째, 소유보다는 공유다. 부동산을 소유해서 돈을 버는 세상은 끝났다. 이제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라는 개념이 정착돼야 한다. 에어비앤비 숙박 서비스 모델을 지자체 주도로 시행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지방에 애착을 갖게 하는 방안으로 지자체 역사·문화·음식과 농업·어업 체험을 주말 농장과 유사하게 자기 지분이 있는 공동 소유권을 갖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매년 실제 분배하는 것이다. 살기 좋은 지방을 만들면 수도권에 몰리지 않는다.

​여덟째, 신기술로 무장한 주택 지방 공급이다. 서울 집값이 비싼 것은 사회적 가치가 몰렸기 때문이다. 욕망과 심리의 구조적 뒤틀림이 서울 집값으로 연계된 된 것이다. 이런 현상도 모르고 세금정치로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하는 것은 아마추어라고 자인하는 것이다. 지방에 원격 의료. 자동방범 기능, 태양열·지열 냉난방, 폐수 자동 정화 등 AI 기능을 가진 최첨단 고급 주택 건설의 계기로 삼고 그 경험을 수출하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동산의 미래 산업인 PropTech를 육성해야 한다.

​아홉째, ‘K-행복소득’ 추진이다. 재원 부담이 전혀 없는 ‘K-행복소득’을 추진하면 매월 4인 가족 200만원이라는 기본소득이 보장되기에 꼭 수도권에 살 필요가 없어진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국민 모두가 경제생활에 고통을 받지 않고 살기 좋은 농어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부동산 문제도 해결 가능한 것이 바로 ‘K-행복소득’이다

​마지막으로 가치(Value)를 부동산에 두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AI 혁명 시대에 정치인들이 가치를 둘 곳은 AI, IoT, BigData, 5G, Bio, Robot,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산업과 신기술이다. 실물 자산에 대한 관심보다 메타버스 등 사이버 경제 영토를 확대해야 대한민국 경제는 발전할 수 있다. 새 시대 새로운 지도자는 국정의 가치를 미래와 AI+X 산업에 두기를 기대한다. 

​박정일 공인중개사 정책전문가 AI Creator 전)한양대 컴퓨터SW 겸임교수

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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