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철의 대선기획]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한민국 만들기
[정석철의 대선기획]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한민국 만들기
  • 정석철
  • 승인 2021.07.2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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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정책 구상을 담은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출간했다. 내용은 김 전 총리가 과거 정책을 추진하면서 겪은 좌절 경험과 국가과잉·격차과잉·불신과잉에 젖어 분열의 갈등 사회로 치닫는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핵심은 우리 사회 모든 곳에 뿌린 내린 ‘승자독식구조’를 걷어내고 ‘기회복지국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나라는 털끝하나라도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고 나서야 그칠 것이다.” 200년 전 조선시대 정약용이 경세유표(經世遺表) 서문에 쓴 경고는 작금의 우리 현실에 딱 맞는 것으로 새겨들어야 한다.

고용 없는 성장, 일자리 부족, 사회 양극화 심화, 부동산 폭등, 사회적 정의와 불평등, 고령화, 저출산, 가계부채 증가 등은 IMF 이후 지난 20년 동안 반복되어 온 이슈이지만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국민의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지 못해서다. 우리 국민은 기회와 역할이 주어지면 신바람 나게 일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역량을 발휘하는 DNA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의 잠재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국가비전과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

문민정부 이후 대선공약은 개별 정책의 모음일 뿐 한국경제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현안에 매달리다보니 본질적 구조를 해결하지 못해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문제점이 발생했다. 국가의 성장이 멈추고 기회의 통로가 막히면 국민은 잠재력과 창의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국민의 잠재력이나 창의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면 국가의 성장 동력도 함께 멈춘다. 문제는 우리의 놀라운 역동성이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1.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과잉(過剩) 개입이다.
첫째, 정부의 역할이다.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권력이나 행정·사법 등 직·간접적으로 규제를 통해 개입하는 정도가 지나치게 심하다.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다. 한마디로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둘째, 과도한 시장개입이다. 정부가 직접 자원 배분을 하거나 시장의 가격기능에 개입하면 규제는 강화되고 각종 초과 부당 이익이 만들어진다.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이 설익은 정책을 마구 쏟아내면 시장이 왜곡돼 역동성이 떨어진다. 뒤늦게 민관합동 TF나 기획단 구성, 탁상공론(卓上空論)의 정책대안, 보조금 지원이나 조세감면 확대와 같은 일들이 반복된다.

셋째, 과도한 규제다. 한 번 만들어진 규제는 여간해선 없어지지 않는다. 규제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정부의 일하는 방식에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갖출 조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규정한 포지티브 시스템이 문제다. 과잉규제는 책임을 묻지 않지만 과소규제나 규제완화는 책임이 무겁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보신형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

넷째, 문제의 주범은 정부다. 인·허가, 지원, 예산권 등 권력과 정보를 독점한 힘 있는 기득권이 합법적·제도적으로 면허사업을 통해 독과점 기업에 큰 혜택을 주며 카르텔을 형성해 진입장벽을 만들고 제도의 관행과 자기들만의 검은 커넥션을 형성해 간다. 단 한 번의 시험과 자격증 획득으로 특정 직종에 들어온 것 하나로 평생을 우려먹고 사는 ‘철밥통’이 된다.

다섯째, 청와대의 과잉 개입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조직이다. 하지만 정책의 수립과 발표를 관장하며 장관이 발효한 정책을 뒤집는 경우도 있다. 비대해진 청와대로 인해 각 부처의 정책개발 능력은 떨어지고 공무원의 소신, 전문성, 일하는 방식조차 권력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여섯째, 교육시장의 과잉 개입이다. 교육현장에서의 정부개입과 관료주의는 거의 절망적인 수준이다. 초중고 교육은 교육관련 법령, 과정, 예산에 의해 촘촘하게 통제된다. 교장부터 장학사까지 교육자의 조건은 법령에 정해져 있다. 특정 분야의 어떤 전문가도 교사 자격증이 없으면 교사가 될 수 없다. 교육청이 학교위에 군림해 학교는 행정업무만 기본으로 하며, 교사들은 거대한 교육 관료체제의 하부조직처럼 움직인다.

일곱째, 대학교육의 통제다. 대학도 입시제도는 물론 국가가 할당하는 예산, 각종 규제에 의해 철저히 통제된다. 사립대학 등록금도 정부가 실질적으로 통제한다. 수도권 비수도권이라는 지리적 위치가 대학교육의 품질을 정한다. 교수나 교육관료 등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교육 밖에서 교육에 관여하는 것을 막는다. 교육 소비자가 교육과정이나 교육 거버너스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 스스로 기득권을 쌓으며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든다.

2. 각 분야별 사회적 격차도 문제다.
첫째, 교육격차다. 교육이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기회의 격차는 일자리, 직업, 소득, 결혼, 출산, 양육, 여가, 문화 등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조건들이 청년들에게 열려야 하는 기회의 장을 봉쇄하고 있다.

둘째, 노동시장 격차다. 노동시장은 공공부문·대기업·정규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2차 노동시장으로 나눠져 있다. 1차 노동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25%인 500만 명이, 2차 노동시장에는 75%인 1,500만 명이 속해 있다. 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산정하면 중소업체의 임금은 45%에 불과하다. 남녀 노동자 임금격차는 36%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임시직의 정규직 전환 비율은 11%로 OECD 평균 36%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3. 사회 전반을 뒤덮고 있는 불신도 문제다.
첫째, 불신의 원천은 정치다. 내 편 네 편 가르는 이념편향, 진영논리 싸움 속에 상대에 대한 공감이나 신뢰는 생길 여지가 없다. 상대는 대화·협치·타협이 아니라 청산, 척결의 대상이다.
능력과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정치의 중요한 자리를 뻔뻔하게 꿰차고 있다. 자기 이익만 쫒는 정치꾼들로 넘쳐난다. 정치가 냉소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해 반(反)정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둘째, 연고주의다. 혈연·지연·학연과 같은 개인 연고에 의존하는 우리 사회의 특징은 불신을 더 부추기고 있다. 그 결과 배타주의, 끼리끼리·패거리 문화, 연고주의가 더 기승을 부리게 되고 이는 더욱더 공직·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갈등을 조장한다.

셋째, 기득권의 카르텔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에서 검증된 생산성에 기반을 둔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규제·독과점·우월적 지위·갑질 등이 더 큰 보상을 준다.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변수가 보상을 결정하는 데 더 크게 작용하면 건전한 직업윤리와 근로의욕은 퇴행한다. 부이 반칙이 판치는 불신의 사회가 돼가고 있다.

넷째, 언론의 불신이다.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 수준이다. 받아쓰기 저널리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기자단 문화, 사실 확인도 안된 보도로 정확성보다 포퓰리즘에 치중하고 있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진영 편향 보도, 엄청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유란 명분하에 견제 받지 않고 합당한 책임도 지지 않는 것들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다섯째, 사회 지도층의 내로남불이다. 현재의 정치·사회·경제 카르텔 시스템을 만들고 공고화 시킨 기성세대의 기득권 세력의 책임이 크다. 사회 지도층에서는 노블리주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말 뿐이고 부도덕성·무희생의 경향이 많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대한민국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경제구조, 사회적 작동원리, 각종 제도와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국민의 잠재력과 능력이라면 해낼 수 있다, 국민을 신바람 나게 한다면, 그래서 역동성과 창의성을 모은다면 우리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해법을 제시한다.

1.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
첫째, 정치영역을 줄여야 한다. 정치를 줄이기 위해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봉사로 정치를 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선출직 정치인의 특권을 배재하고 기득권을 없애야 한다. 경제 발전의 최대 걸림돌은 정치다.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과 상황을 정치가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정권이 바뀐다고 틀이 달라지지 않는다. 견제나 통제를 받지 않는 권력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민생을 힘들게 한다. 정치를 줄이고 권력을 나눠야 경제와 민생이 산다.

둘째, 권력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해소에 중점을 둬야 한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검토해야 한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거나 선출하고 총리에게 헌법에 보장된 실질적 권한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하기 위한 권력구조의 분권과 협치는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가야 한다.

셋째, 청와대 정부를 바꿔야 한다. 매 정부마다 청와대 정부 현상이 나타난다. 대통령 주변의 권력욕 때문이라기보다는 제도적 원인이 크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새로운 정부는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추진과제를 빠른 시간 내애 완수하려고 한다. 이전 정부 정책은 뒤집어야 하고 공문원은 믿지 못하니 청와대가 주축이 돼서 일을 밀고 나가는 현상이 정권마다 반복된다. 청와대는 중장기 국가 비전, 외교, 안보, 국방, 핵심과제 위주로 업무를 수행하고, 국무총리실이 실질적인 정책 조정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넷째, 국회의원의 혜택과 권한은 대폭 줄여야 한다. 국회의원의 갑질·권위주의 타파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입법부 권력과 국회의원 직무수행에 대한 시민통제와 견제도 강화해야 한다.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현저히 침해할 경우 국민이 파면하는 것이다.

다섯째, 장관의 역할과 책임이다. 장관에게 인사권을 주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인사권도 없는 장관에게 공무원들이 충성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권한과 함께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에게 행하는 비난의 화살을 막는 완충지대도 생긴다. 한 부처에서 진흥과 규제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여섯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정치개혁이다. 블록체인은 참정권 확대와 직접민주주의·정당민주주의 실현, 지방분권 등 정치개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분권과 분산을 특징으로 하는 블록체인의 탈(脫)중앙성이 중앙 서버로 상징되는 독점 권력을 분산시키고 개인의 자발적 참여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일곱째, 정치 대타협이다. 첫걸음은 자기 머리 깎기다. 정치권 승자독식구조 부터 깨면서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자기이해가 걸려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면 남이 머리를 깎아주도록 제도를 만들고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나 총선에서 나오는 공통공약을 공동으로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공약의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조금씩 양보하고 가다듬는다면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합의를 만들 수 있다. 정치권의 권력투쟁과 싸움을 줄이고 합의의 수준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여덟째, 국민발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국민이 스스로 헌법이나 법률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다. 헌법 제52조는 법률안 제출권은 국회의원과 정부에게만 주고 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시민참여로 공통공약과 미래입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2. 행정부 개혁과 제도의 변혁이다.
첫째, 정부 역할 재정립이다. 정부의 역할을 두고 지금까지 진보와 보수, 여야 간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진보는 시장의 공정성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보수는 시장의 역동성을 위해 개입의 축소를 주장한다.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해결책으로 시장과 경제에서는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사회 안정망 확충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작은 정부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큰 정부, 작은 정부 이슈는 정부 개입의 정도 문제이지 조직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권한과 정보를 한곳에 모으니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와 같은 사건도 공공주택의 공급과 신도시개발의 모든 업무가 집중된 것이 원인 중 하나다.

셋째, 규제개혁이다. 성과를 내려면 규제 조직을 대폭 없애야 한다. 과거 개발연대 때 형성된 정부조직은 현실과 괴리돼 더 이상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규제를 만드는 공무원을 줄여야 한다. 사람과 조직이 있으면 규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규제를 만드는 공무원은 많지만 규제를 없애는 조직과 부처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 규제개혁의 최대 걸림돌은 기존 규제를 만든 부처와 관련 산업, 단체 간의 이해관계다. 중앙부처의 공무원 감축과 조직의혁신적 파괴만으로도 규제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유능한 중앙부처 공무원을 지역과 일선 현장으로 내려 보내 현장의 어려움이 규제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그 규제를 풀어내는 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규제개혁의 실질적 컨트롤타워인 ‘규제개혁부’를 신설해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넷째 블록체인 정부 구축이다. 블록체인 정부는 정부의 공개성 확대와 정보 접근성 보장,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 변화를 가져온다. 정보의 공유, 네트워크, 수평적 소통, 권력의 분산, 협력과 연대가 특징이 되는 일상 패턴의 변화에 맞춰 정부도 능동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우선 정부가 가진 정보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과정 사이클에 있어서도 정책결정과 집행에 대한 추적이 가능해져 투명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

다섯째, 정책을 바꿔야 한다. 청년들이 인정하는 공평한 경쟁, 성공할 수 있는 교육, 패자에게도 가혹하지 않은 사회, 승자와 패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정책이다. 역대정부는 복지국가, 동반성장, 혁신적 포용, 경제 민주화, 자유공화주의 공동체 자유국가, 창조경제, 소득주도성장 등 그 시대 상황에 맞게 무늬와 구호만 바꿨기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념에 치중하는 정책이 아닌 민생을 중시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여섯째, 권력기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은 시민의 자유와 인권 보장이다. 정치권력과 권력기관 간 또는 권력기관 상호간의 권력다툼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된 다. 개편의 두 축은 권한의 분산과 견제의 강화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 아래, 각기 자기영역에서 제 역할을 다하게 만드는 것이 권력기관 개혁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권력기관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권력기관 장(長)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등 권력기관의 민주화도 필요하다. 이제는 권력기관 내부의 권력분립을 추진해야 한다. 더 나아가 권력기관에 대한 시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3. 경제 패러다임의 변혁이다.
첫째,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다. 수출 주도형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창업과 신산업과 신기술의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동안 한국경제가 추구해온 추격경제의 틀을 깨고 선도경제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제 우리가 따라갈 모델은 없다. 과거와 같이 효율성에 기반을 두고 선진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선도적 혁신이 필요하다.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장려하고 지원하여 건실한 중소기업을 많이 육성함으로써 우리 산업의 저변을 넗히고 튼튼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미래먹거리 확보다. 디지털 경제에서의 미래 먹거리는 생명과학 분야, 한류·문화 콘텐츠 산업·그린 산업이다. 3대 먹거리 분야에서 민간과 시장에서 도전과 창의가 일어나게 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완화와 간접지원 등 혁신생태계의 조성, 공동부문에서의 수요 창출, 민간이 담당하기 어려운 인재양성 등을 지원해야 한다. 새로운 혁신적 사고를 가진 소셜 임팩트 기업, 협동조합들을 계속 발굴해 3대 먹거리를 포함한 우리 산업계 전반을 바꿔야 한다.

셋째, 친(親)기업 경영환경 조성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의 틀과 방식을 생태계 조성과 간접지원으로 바꿔야 한다. 친시장적이면서 친기업적인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가를 위축시키는 과잉처벌 조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배임죄는 지나치게 구성요건이 모호하고 적용범위가 너무 넓어 새로운 시각과 법률상의 정리가 필요하다.

넷째, 빅블러 대기업을 늘려야 한다. AI로 대변되는 디지털 전환이 최근 산업 간 경계마저 허물어뜨리는 데 주목해야 한다. ‘흐리해진다’는 의미의 블러(blur)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른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다가왔다. 빅블러 시대에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은 플랫폼 기업화가 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이제 과거 추격경제 시대의 대기업이 아니라 빅블러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 대기업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혁신 창업·창직(創職) 경제다. 벤처생태계를 정부 주도의 공급시장 위주에서 민간 주도 회수시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수합병 시장과 기술거래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청년과 중장년이 협력해 창업하는 세대융합 창업을 장려해야 한다. 창직을 통해 직업 수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새로운 직업 창출을 막는 법과 제도도 전면 개선해야 한다. 특히 미래 산업과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신 직업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여섯째, 세습경제를 깨야 한다.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세습경제, 세습사회의 금기를 깨야 한다. 공정의 상징처럼 보이는 능력주의가 실제로는 불평등과 깊이 연결된다. 능력 자체가 이미 계급화 되고 세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능력주의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의 해소는 정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자격사회에서 기회사회로 바꿔야 한다. 고른 기회가 다양한 방식으로 주어지도록 오픈 능력주의가 필요하다.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약자에 대해 배려함으로써 사회의 연대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일곱째, 민간주도의 경제 활성화다. 새로운 산업을 찾거나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민간주도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민간과 시장의 이니셔티브를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자원 배분이나 인허가권을 내려놓고 민간이 위험부담이 커서 투자를 회피하거나 주저하는 프로젝트나 R&D를 선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의 협조가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4, 사회구조 개혁이다.
첫째, 승자 독식 구조의 타파다. 정부과잉·격차과잉·불신과잉의 본질적 문제는 승자독식구조다. 소수의 승자가 이윤을 독차지하거나 대부분을 가져가면서 합리성이 사라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피해는 기회를 없애는 것과 불평등한 기회를 만들어 계층 상승의 희망 사다리를 제거해버리는 데 있다. 승자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해 진입장벽을 높여 혁신과 도전을 어렵게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승패가 절대적 능력이 아닌 상대적 능력 차이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둘째, 엘리트 순혈주의를 청산해야 한다. 세습경제의 큰 문제점의 하나는 우리 사회 엘리트의 생산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관(官)피아 문제가 심각하다. 이제 직종, 직업, 출신지역이나 학교별 뭉치는 관행과 순혈주의 및 전관예우를 없애야 한다. 또한 법조계 엘리트 생산과 활용시스템도 개혁이 필요하다. 일부 선진국처럼 평생검사제나 평생법관제 확립을 통해 아예 전관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순혈주의가 나오는 원인의 하나인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 또한 개선해야 한다.

셋째, 사회 안정망 보장이다. 불평등과 격차를 줄이고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촘촘하고 든든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기회의 실질적 평등이 보장되고 불평등과 격차를 줄이며 경제의 역동성도 높이게 된다. 소득·주거·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줄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을 해야 한다. 궁극적 목표는 1가구 1주택과 사교육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다.

넷째, 중산층이 두꺼운 구조다. 산업화 압축 성장시대에 일자리·부동산·교육 3가지 자산을 모두 확보한 계층이 기득권으로 등장했다. 기득권은 과거에는 주로 부동산을 물려받았지만, 이제는 값비싼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으로 대물림되는 새로운 형태의 세습경제 모습을 띈다.
세습 경제의 틀을 깨야만 중산층이 가장 두터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사회의 완충역할을 하는 것이 중산층이다.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드는 관건 중 하나가 바로 이 중산층을 늘리는 데 있다.

다섯째, 공공부문의 ‘철밥통’을 깨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자리를 쫓는 사회다, 대표적 자리인 대기업 정규직이나 전문직 종사자, 공무원, 공공기관 취업자 등 고임금·고용안정 직군에 진입하는 인원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공무원과 공공기간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공공기관 일몰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공직 인사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 관료 트랙을 관리형과 전문형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 공무원의 직급체계와 임용·교육제도 개혁도 함께 해야 한다.

여섯째, 연금개혁이다. 현재 기초연금 외에 어떤 공적연금도 받지 못하는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60%를 넘는다, 국민연금 평균 수급자의 평균 수급액도 4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2045년부터 적자, 2057년에는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수직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격차가 너무 커 많은 국민은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다고 느낀다. 퇴직 후 연금격차는 불공정한 차별로 인식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적절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과 함께 국가의 책임을 강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곱째, 기득권 개혁이다. 1950년 단행한 농지개혁은 기득권을 깬 것이다. 훗날 농지개혁은 경제발전의 기반이 되고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0년이 흐른 지금은 농지개혁에 준할 정도의 혁신적인 기득권 개혁이 필요하다.

여덟째, 사회적 대타협이다. 기존 노사 중심의 대타협뿐 아니라 경제·사회 여러 분야에서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선 어느 정도 수준의 복지를 지향할 것인지, 증세를 포함한 재원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공적연금 개혁, 교육 개혁, 부동산, 남북관계와 남남갈등 문제등 사회적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우리사회에 산적해 있다. 이제 방법을 공약의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조금씩 양보하고 가다듬는다면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합의를 만들 수 있다.

아홉째, 시민 참여 플랫폼을 확산해야 한다. 특정한 공공정책 사안이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의 해결을 위해 이해관계자, 전문가, 일반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여 공론을 형성해야 한다. 모여진 의견은 제도권 정치와 정책결정 과정에서 반영되도록 한다. 이 방법은 사회적·공적 신뢰를 향상시키고 정부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장점이 있다. 주된 논의대상은 기득권 때문에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묵은 과제들, 표를 의식하고 내 편 네 편을 따지기 때문에 풀지 못하는 문제 등이다. 규제개혁이나 선제적 관리가 필요한 갈등과제들이 좋은 예다. 논의 주체로는 공론화위원회, 시민배심원, 합의회의, 시민의회, 온라인 정책 플랫폼 등 여러 유형이 있다. 시민 의회의 설치와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열 번째, 국민의 직접 참여다. 이제까지의 개혁은 늘 위로부터 추진됐다. 소수의 정치엘리트, 고위관료, 경제적 강자, 지식인 등이 주도한 의사결정이다. 그로인해 정략과 기득권 지키기, 로비가 끼어들며 국민의 의사가 무시될 때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현실이나 민생과는 동떨어진 정책들이 난무했다. 이제 대한민국에 산적해 있는 문제를 정부나 정치권의 리더십, 재정만으로 풀기에는 한계에 부딪쳤다. 정책의 대상이자 수동적 소비자였던 시민이 참여자이자 생산자로 나서야 한다. 위로부터 강요된 혁신이 아니라 아래로 부터 자발적 혁신이 필요하다.

5. 고용시장 개혁이다.
첫째, 노동시장의 대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 비즈니스가 활성화 되고 있다. 이런 수요에 맞춰 플랫폼 기업이 부상 중이다. 비정규직에 이어 급격히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나 긱 노동자(gig worker) 등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나오고 있다. 이러다보니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넘어 다중성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차별과 사각지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는 노동시장, 노동조합 등도 다양한 취업형태를 반영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한국형 노동안정유연성 모델 정착이다. 추격경제 시대 노동시장 구조의 틀을 과감히 깨야 한다. 이를 위해 소득안정성·고용안정성·고용유연성의 황금삼각형 모델이 작동하는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안정성 문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오래된 이슈다. 노동안정성의 확보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셋째. 일자리 미스매치와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상생과 연대를 기반으로 대공유 노력을 해나가고, 좀 더 긴 호흡으로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가야 한다. 산업경쟁력 제고를 통해 인력구성의 틀을 바꿔야 한다. 우선 노동자에게 적정한 임금과 복지혜택을 줄 수 있는 중소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과 사업구조 개편, 해외 진출을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나 기술탈취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함께 연구개발 인력이 중소기업에 근무할 수 있도록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 빅블러 대기업을 늘려 여기에 근무하는 노동자 수를 늘려야 한다.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향한 직무 체계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넷째,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경제는 모든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흡수할 정도로 산업 규모가 크지 않고 비정규직이 필요한 업무도 있다.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취업 준비생에게는 또 다른 불공정 문제가 발생한다. 비정규직 형태로 있으면서 일과 여가를 병행하는 형태의 고용이 앞으로 늘어난다. 오히려 좋은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고용도 늘리면서 비정규직을 괜찮은 일자리로 만드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다섯째, ‘고졸고용할당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고졸 채용을 위해서다. 고용 없는 성장에 더해 코로나19까지 겹쳐 취업절벽이 심해졌다. 청년들이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한 상황에서 고졸 졸업자들은 심각한 이중 소회를 겪고 있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핵심은 대학에 가지 않고 경제활동을 해도 충분히 직장을 얻을 수 있고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는 교육과 사회시스템이다. 기술학교와 직업학교 교육 등이 중요하다.

여섯째, 노동시장의 대타협이다. 서로 솔직해지고 인내하며 고통을 나누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노·사·정이 서로 양보해서 만든 대타협이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우리 경제·사회의 문제가 구조화, 고착화된 점을 고려하면 이제 사회적 타협을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6. 교육개혁이다.
첫째, 수요자 중심의 교육개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사교육비 팽창에 따른 교육비 거품을 꺼트리거나 교육개혁을 하려는 노력들은 그동안 주로 교육 공급자 위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다보니 교육 수요자의 입장과 의견이 반영되기 힘든 구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교사가 변화의 중심에 서서 다양한 혁신이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 학생들보다 오히려 교사가 적응하지 못하고 뒤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교육이나 훈련, 퇴출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대학이 아닌 학생에게 지원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지원방식을 대학지원에서 학생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니 지금의 구조가 전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의 경우 한계기업이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것과 같다. 반값등록금 지원도 대학에 할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직접 하는 것이다. 학생은 전체 정원 또는 학부제 정원으로 입학에 원하는 과를 선택하도록 한다. 지원된 반값 등록금은 일종의 바우처 역할을 하게 된다.

셋째, 한국형 대학도시를 만들고 대학입시할당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미국의 대학 타운은 인구 10만에 불과하지만 기업과 사업장이 들어오며 역동성이 생겨 다양한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대도시 못지않게 주민들이 체험하는 삶의 질과 만족도가 높다. 우리도 그 길을 가야 한다, 사립대학 중심으로 만들어진 미국의 대학도시와는 달리 우리는 국공립대학을 중심으로 추진할 수 있다. 한국형 대학도시를 만들고 지방 국립대학을 살리는 데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필요하면 국공립 대학을 과감하게 통폐합해야 한다. 그 후 한국형 대학도시에 소재한 대학을 대상으로 입시할당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인적 자본 투자에서 줄 세우기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인재선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시행 중인 ‘가중치형 추첨제’와 ‘일부 직접선발제’를 가미하는 방법도 고려 가능하다.

7. 부동산 전쟁 종식이다.
첫째, 1가구 1주택 실현이다. 이제 1가구 1주택은 삶의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보유세를 높이는 것, 특히 다주택자나 법인이 가진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 반면 1가구 1주택 등 실거주 주택의 보유세 부담은 낮추고 집 1채 가진 고령자나 소득이 없는 소유자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금 인상폭의 제한 일부 감면, 납부 유예 또는 집을 처분하거나 상속할 때 내게 하는 방법도 있다.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집값이 싸야 한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자의 보유주택을 시장에 공급물량으로 내놓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 주택공급에 맞춰 실거주 주택매입에 소요되는 자금은 장기할부주택 금융제도를 통해 충당하게 하는 제도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주거복지에 대한 재정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공공주택 건설 재원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은 일반회계에서 지원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사업시행자가 스스로 돈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국채를 발행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투자를 끌어내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둘째, 부동산 불로소득을 근절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아파트 값 상승문제로 압축하고 불안정한 시장상황 잠재우기에 주력해왔다. 현상만 쫓으며 단기대책에 치중한 것이다. 아파트나 건물 가격은 깔고 앉은 토지에 의해 좌우된다. 문제의 본질은 사회적 요인으로 오른 토지가치의 불로소득 귀속에 있다. 결국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 도입이 필요하다. 국토보유세나 지대세가 다른 조세보다 세금의 전가가 어렵고 주택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효과적으로 차단 환수하고 모든 국민에게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평등하게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셋째, 수도권 올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2%를 차지한다. 수도권이 우리 경제의 모든 기회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면 부동산과 교육 등 치솟는 고비용을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렵다. 지방에 일자리가 많고 살기 좋다면 굳이 수도권으로 몰리거나 서울 부동산이 투기대상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지역에서도 수도권이 누리는 교육·의료·문화 환경을 누리고 고용창출과 혁신구조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더 고르게 주어질 수 있다. 핵심은 지방자치와 분권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기능의 지방 이전을 가속화해야 한다.

                               (출처 : 대한민국 금기깨기. 김동연 지음 2021.07.)

기존 패러다임의 견고함과 핵심 의사결정자들의 의식과 역량부족이 한국 사회의 수준과 실력이다. 미래 세대에 20년 이상 지속된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제대로 된 미래를 만들어 물려주지 않으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함께 결단하고 함께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장은 갈등이 불가피하겠지만 국가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면 출구가 보인다. 공감과 신뢰의 가치를 앞세우고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은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8개월도 남짓 않은 대선에서 정치·경제·사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바꾸려면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현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본질을 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함께 문제를 찾고 해결할 것인가, 지금처럼 사사건건 싸우면 시간을 보낼 것인지. 정치 대타협이 선행돼서 여러 분야의 사회적 대타협을 포괄하는 '국가적 대타협'실현하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먼 미래로 이끄는 AI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치 지도자가 등장하길 기대한다.

정석철 기자